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지난해 미국 3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엘리슨의 연봉은 전년보다 24.5% 올라 9460만달러(약 1054억원)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영컨설팅업체 해이그룹이 공동으로 매출 75억달러 이상 미국 기업 300곳을 조사한 결과 CEO의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1010만달러(약 112억5000만원) 올랐다. 이는 전년보다 3.6% 오른 것이다. WSJ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기업 CEO의 연봉은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기업 직원의 연봉은 평균 2.3% 올랐다.

엘리슨은 연봉 대부분을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2015년까지 처분이 제한된 주식 총 700만주를 받았다. 연봉 9460만달러 중 9070만달러를 스톡옵션으로 받은 셈이다. 엘리슨은 현재 380억달러 상당의 오라클 주식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한 해 오라클 주가가 20% 이상 급락했음에도 전년보다 24%나 많은 보수를 받아 구설에 올랐다. 경호 서비스 등 150만달러에 이르는 개인 비용도 회사에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화 회사 나이키를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바꾼 마크 파커는 연봉이 1년 새 167% 뛰었다. 그는 운동량을 측정하는 손목시계 형태의 ‘퓨엘 밴드’와 양말만큼 가벼운 ‘플라이니트’ 등 과학을 접목한 스포츠 상품으로 나이키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나이키의 순익은 4% 올랐고, 주주들에겐 30%의 이익을 안겨줬다. 파커는 스톡옵션을 포함, 3390만달러의 연봉을 받아 5위에 올랐다.

미디어 그룹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띈다. CBS, 디즈니, 비아콤 등 상위 5개 기업 중 3곳이 미디어 기업이었다. 2위(5880만달러)에 오른 CBS의 레슬리 문베스는 연봉이 전년보다 15% 깎였다. CBS의 지난 회계연도 순익이 21% 오른 것과 대비된다. 다만 문베스가 가진 CBS 주식은 2009년 초보다 14배나 올랐다.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는 기본급에 성과급 1650만달러, 스톡옵션으로 780만달러,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으로 950만달러 등 총 3630만달러를 받아 3위에 올랐다. 디즈니 순익은 지난 회계연도에 18% 올랐고, 주식은 75% 상승했다. 디즈니 관계자는 “7년 반의 재직 기간 동안 엄청난 성과를 보여줬고, 디즈니는 철저히 성과를 기반으로 보수를 정한다”고 전했다. 전년 대비 23% 연봉이 깎인 비아콤의 필립 도먼은 5위(3310만달러)에 올랐다. 비아콤의 지난해 순익은 7.3% 떨어졌지만 주주들에게 돌아간 수익은 41.4% 늘었다.

WSJ는 증시 상승 등 미국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기업 실적이 개선됐지만 주주들의 손익과 CEO 연봉 증감이 실적과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