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업종 특성상 철저히 분리 독립돼 있는 다른 금융지주사 IT 시스템과 달리 금융부문 IT 시스템이 중앙회와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해킹에 취약하고 사고가 빈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는 농협금융의 분리 시기가 당초보다 앞당겨진 데서 비롯됐다. 노무현정부는 2017년까지 농협금융을 중앙회에서 분리키로 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2012년으로 앞당겼다. 은행법은 은행업 인가 요건으로 은행 자체 IT 체제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분리 시기가 앞당겨진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보는 농업경제 축산경제 상호금융 등과 함께 쓰던 IT 시스템에서 분리해 독립 IT 체제를 갖출 예산과 시간이 모자랐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협법에 ‘출범 후 3년간 중앙회에 IT 운영을 위탁할 수 있다’는 부칙을 달았다.

문제는 지난 3월 해킹에 의한 전산 장애와 한 달 뒤인 4월 부품 고장으로 인한 전산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농협금융은 전산시스템을 모두 중앙회에서 운영·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도 중앙회에서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중앙회는 달랐다. ‘위탁 업무 과정에서 고객 손해 등이 발생할 경우 금융지주회사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규정한 금융지주회사법을 근거로 농협금융에 책임을 물으려 했다. 이런 입장 차이로 갈등이 생기자 신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분석이 많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