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속 중’ 표지만… > 서울 양평동과 합정동을 잇는 양화대교의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지난 16일 일부 얌체운전자들이 달리고 있다. 대형트럭 택시 등이 전용차로를 넘나들어 대형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단속 중’이라는 표지만 있을 뿐 단속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단속 중’ 표지만… > 서울 양평동과 합정동을 잇는 양화대교의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지난 16일 일부 얌체운전자들이 달리고 있다. 대형트럭 택시 등이 전용차로를 넘나들어 대형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단속 중’이라는 표지만 있을 뿐 단속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영등포동에서 직장이 있는 신촌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종수 씨(32)는 최근 퇴근길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 양화대교 남단으로 운전하던 중 중앙버스전용차로인 1차로를 달리던 15 덤프트럭이 2차로로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트럭 뒤를 들이받을 뻔한 것이다. 김씨는 “하마터면 트럭 뒤에 깔려 들어갈 뻔했다”며 “출퇴근길에 조금만 밀린다 싶으면 너도나도 전용차로를 넘나들어 아슬아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 시내 중앙버스차로가 얌체운전과 차선 급변경 등의 ‘칼치기 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용차선을 달리던 차량들의 차선 급변경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버스전용차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증가 추세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버스전용차로 교통사고는 지난해 540건으로 2011년 367건에 비해 47.1% 증가했다. 버스전용차로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는 2011년 777명에서 2012년 124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8명에서 17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앞서 2010년 사고 발생 건수는 446건으로 부상자 1017명, 사망자 18명이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전용차선에서 버스와 보행자의 사고 발생 시 사망사고 발생률은 전체 교통사고의 사망사고 발생률에 비해 9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오후 5시30분부터 양화대교 위에서 한 시간 동안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일반 차량의 수를 확인한 결과, 중앙차로에 진입한 차량만 100여대가 넘었다. 문제는 갑자기 버스 앞으로 끼어들거나 전용차로가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2차선으로 들어가려고 급히 방향을 바꾸는 차량들로 대형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버스만 다니는 곳이라 통행이 적다보니 시속 80㎞ 이상 과속을 하는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버스정류장이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도심 중앙차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버스정류장에 정차할 필요가 없는 급행 광역버스나 관광버스의 위험천만한 차선 변경으로 대형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시내버스 운전자 김모씨는 “차량 통행이 뜸한 새벽에 일부 광역 직행버스는 중앙차선으로 들어온 승용차를 추월하기 위해 급가속하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주말 밤 홍대 앞 양화로(이대역~양화대교) 5.2㎞ 구간도 대표적인 위험 구간이다. 택시들이 막히는 곳을 피하려고 버스전용차로로 갑자기 끼어들어 차들이 급정거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나 전용차로 위반 단속을 하는 폐쇄회로TV(CCTV)나 단속반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차로에 일반 차량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느냐”며 “특별히 단속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퇴근 시간대엔 교차로 등 막히는 곳에서 교통정리를 하기 때문에 특정 구간이나 심야시간에는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버스중앙차로에 구간별로 단속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버스마다 장착된 버스 운행 기록계를 토대로 과속이 많은 회사에 보조금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