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선 명태 값은 국회에 달렸다(?)’

7개월을 끌어온 한국과 러시아의 어업 협상이 타결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4~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 어업위원회에서 올해 한국의 원양어선이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할 수 있는 조업 쿼터를 확보했다고 17일 밝혔다.

양측은 그동안 쟁점인 명태 조업 쿼터를 지난해 절반 수준인 2만500으로 배정하되 원양산업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주 안에 1만9500을 추가 배정하는 데 합의했다. 대구 4450, 꽁치 7500, 오징어 8000, 기타(가오리, 청어, 복어) 1515 등 다른 생선은 대부분 작년과 어획량이 같다.

이번 협상에서 유독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명태 어획량에만 전제 조건이 붙은 것은 러시아산 게가 한국으로 불법 수입되고 있는 상황을 시정하라는 러시아 측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캄보디아 등 동남아 어선이 러시아 해역에서 불법으로 잡은 러시아산 게가 한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불법 조업 수산물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 1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문제는 이 법이 통과되면 국내 수입 물량뿐 아니라 한국을 거쳐 다른 나라로 운송되는 수산물도 정부가 불법 어획 여부를 검색해야 한다. 검색 시간과 비용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추가 물량 1만9500t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명태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4월 기준 국내 명태 재고량은 6만5000t으로 평년보다 적다. 과거 한 마리에 2000원 안팎 하던 명태 값은 러시아 조업량이 2만500t에 머물던 2009년에 30% 가까이 급등했다.

정부는 조업량을 확보한 2만500t의 명태를 잡는 데 최소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부터 8월까지는 명태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8월 임시국회까지 관련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하반기에 명태 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은 러시아 해역에서 조업을 하지 못할 경우 명태 등 일부 생선의 공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며 “어업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한국의 ‘갑(甲)’이라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