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고위 관계자가 일본 ‘아베노믹스(경기부양을 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가 미국 국내 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정책이듯 일본의 금융완화도 엔저(低)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논지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사진)은 16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연설을 마친 후 각국 주요 경제매체 기자들과 만나 “지난 2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통화정책은 철저히 국내에 초점을 맞춰 시행해야 하며 국가 간에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노믹스가 이 원칙을 지키는지 미국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레이너드 차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Fed가 시행한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미국 내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로 일본의 내수 경기를 살리면 글로벌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다만 “아베 총리가 ‘세 번째 화살’이라고 표현한 경제의 구조 개혁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구조 개혁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발표한 ‘비전통적 통화전쟁-최근의 경험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유럽 일본 등 중앙은행들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금융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일본이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쓸 경우 일본 중앙은행의 손실액이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7.5%에 육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중앙은행과 Fed도 각각 GDP의 5%대, 4%대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양적완화가 금융시스템 안정에는 도움을 줬지만 기대효과보다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IMF는 주장했다.

IMF는 그동안 선진국의 양적완화를 용인하는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이번 보고서는 이례적이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어느 시점에 출구전략을 실행하면 장기금리가 급격히 상승,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으며 금융 안정과 투자가 흔들리면서 경기 회복에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