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화들의 공통점은 벌레혐오증(entomophobia)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벌레혐오증은 곤충이나 절지동물을 혐오하는 증상이다. 단순한 혐오를 넘어 공포심에까지 이르는 벌레공포증도 넓은 의미의 벌레혐오증에 포함된다. 대부분 사람은 벌레혐오증을 갖고 있다. 우글대는 바퀴벌레 떼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역겨움을 느낀다. 그러나 벌레공포증은 학습된다는 설이 유력하다. 벌에 쏘였거나 벌레에 물려 크게 고생을 한 경험으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형성된 경우라면 혐오를 넘어 두려움까지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벌레를 피하는 이유는 일종의 진화의 소산이라고 한다. 독거미나 전갈에게 물리면 즉사할 수도 있고 모기나 벌 개미 중에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극심한 고통을 주는 녀석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인간 유전자 어딘가에 ‘벌레는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정보가 기록돼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살인 진드기’ 의심 환자가 결국 숨지고 말았다. 국내에선 처음이다. 증상이나 물린 흔적으로 보아 진드기에 의한 사망이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전국의 풀밭에서 서식하는 이 녀석들에게 물리면 고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행락철을 맞아 맘 놓고 야외도 못 나가게 생겼다.
하지만 꼭 그렇게 미워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며칠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곤충이 훌륭한 미래 식량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단백질 지방 미네랄 함량이 높아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금도 20억명이 곤충을 먹고 있지만 서구권 소비자들의 혐오감 때문에 식용으로 쓰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하긴 메뚜기나 번데기가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벌레를 먹던 채취 사회에서는 영양학적으로 더 균형 잡힌 상태였다는 연구도 있다. 벌레야말로 최고의 영양학적 자원이라는 주장이다.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활용방법을 잘 고민해볼 일이다. 누가 알겠는가. 곤충산업에서 보듯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될 수도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