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의 경제적 가치는? "음원·음반 석권…매출 수백 억 '눈앞'"
요즘 가요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름은 또 한 번의 월드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싸이가 아니다. 지난 4월 23일 10년 만에 내놓은 19집 앨범으로 한국 대중문화계에 또 하나의 충격을 선사하고 있는 ‘가왕(歌王)’ 조용필이다.

사실 이번 조용필 신드롬의 조짐은 앨범 발매 전부터 조심스럽게 예견됐다. 앨범 발매 1주일 전 공개된 수록곡‘바운스(Bou nce)’가 공개 직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물론 엠넷·올레뮤직·네이버뮤직·벅스 등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음원 차트를 석권하다시피 했다. 10대에서 20, 30대 등 젊은 대중의 노래에 대한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차트가 바로 음원 차트인 만큼 ‘바운스’의 정상 등극은 놀랄만한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뒤를 이은 후속곡 ‘젠틀맨’으로 음원 차트의 역대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대중보다 가요계와 대중문화계의 전문가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또 하나의 충격’…대중문화계 강타

'가왕' 조용필의 경제적 가치는? "음원·음반 석권…매출 수백 억 '눈앞'"
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먼저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후배 가수들이었다. 조용필의 신곡을 접한 후배 가수들은 앞다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들이 느낀 감격을 바삐 전했다. 윤종신·타블로·태연(소녀시대)·종현(샤이니) 등이 숭배에 가까운 찬사를 보냈으며 정치·문화권의 다양한 유명 인사들도 ‘가왕’ 조용필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하고 나섰다.

대중도 마찬가지였다. 예순이 넘은 노장 가수가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릴까봐 겁나”라며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는 것에 전율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어머니들의 ‘젊은 오빠’ 조용필이 이제 ‘국민 오빠’ 조용필로 다시 치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대중의 열띤 반응은 곧 앨범 판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용필의 19집 앨범 ‘헬로(HELLO)’의 발매일에 선착순 450명에게만 판매한다는 조용필의 친필 사인 CD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음반 매장 앞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뤘는가 하면 발매 당일에만 무려 2만 장의 앨범이 판매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노래를 소비하는 방식이 CD에서 음원으로 변화함에 따라 점점 앨범을 구매하는 대중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매 당일에만 2만 장의 앨범을 팔았다는 점은 가요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2만 장이면 단순 매출로 잡아도 약 3억 원에 가깝다.

이는 인기 최정상을 구가하는 아이돌 그룹에게서도 발견하기 쉽지 않은 기록으로, 조용필 신드롬의 부활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가요계 전문가들은 이번 앨범의 판매량을 적게는 5만 장, 많게는 10만 장 이상으로 예상하는데, 그러면 음반 매출로만 약 7억~15억 원을 기록하게 된다. 난다 긴다 하는 젊은 아이돌 가수들 중에서도 이만한 판매액을 올리는 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음원도 마찬가지다. 음반 발매 후 며칠 동안 타이틀곡 ‘헬로’는 물론이고 음반에 수록된 대부분의 노래들이 음원 차트를 장식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추세다. 이 추세대로라면 음원 수익으로도 억대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왕' 조용필의 경제적 가치는? "음원·음반 석권…매출 수백 억 '눈앞'"
이같이 음원 및 앨범 판매에서 보인 조용필 신드롬을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앨범 발매 당일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 뮤직을 통해 생중계된 19집 앨범 쇼케이스를 무려 25만 명이 관람한 것이다. 이는 기존에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기록한 최대 관람 인원 12만 명의 두 배에 달하는 기록으로, 조용필과 그의 앨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인지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에 조용필은 쇼케이스 기자회견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받아 심장이 가사에 나오듯 바운스 바운스 한다”며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음원·음반만이 아니다. 현재 조용필 신드롬의 지표는 공연 티켓 판매에서도 잘 보여준다.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시작돼 대전·의정부·진주·대구 등으로 이어지는 상반기 전국 투어 공연을 보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이미 데뷔 40주년 투어로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투어 매출로만 약 200억 원 이상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까닭에 데뷔 45주년과 10년 만의 새 앨범을 기념하는 투어이기도 한 올해에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또다시 조용필 신드롬일까. 왜 대중은 이 예순이 넘은 거장의 음악에 새삼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돌 중심의 시끄러운 댄스 음악 일변도에 질린 건강한 음악으로 회귀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조용필이라는 이름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단적으로 말해 조용필의 귀환은 본격적으로 듣는 음악이 다시 한 번 중요해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합니다. TV에 나오지 않아도 음악만 좋으면 대중이 먼저 찾아 듣고 열광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죠.”

대중문화 평론가 박지종 씨는 이번 조용필 신드롬의 부활이야말로 조용필이라는 가수의 위대함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한다. “예순이 넘은 가수의 음악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그 나이에도 여전히 기가 막히게 대중의 감성을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수 조용필의 클래스를 말해주는 것이죠.” 또 다른 대중문화 평론가 전은실 씨는 “기존 조용필 팬인 장년층만이 아니라 20, 30대의 젊은 대중이 조용필의 음악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건 음악 자체에 대한 만족도도 만족도이지만 조용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경외심 때문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공연 수입만 200억 훌쩍 넘을 듯

'가왕' 조용필의 경제적 가치는? "음원·음반 석권…매출 수백 억 '눈앞'"
“무려 45년이에요. 45년 동안 계속된 음악 활동, 그러면서도 늘 새롭기 위해 도전을 거듭해 온 그의 자세, 그리고 그 도전의 결과가 자신들의 취향에 100% 부합하는 세련된 음악으로 나타난 사실에 젊은 대중이 새삼 조용필이라는 이 ‘낯선’ 가수에 대해 호기심과 함께 존경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용필 신드롬이 싸이 신드롬 못지않은 크기로 대중에게 각인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더 이상 과거에 인기 있었던 왕년의 가수가 아니라 지금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 가요계를 이끌어 가는 인기 최정상의 가수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실현해 보여주고 있는 희망의 증거로,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깊고 진한 인상을 남겨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