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고액 수시 입출금 등 정밀분석…"탈세·돈세탁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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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강화되는 금융정보분석원
국세청, 의심거래 7498건서 1232억 추징
FIU 정보활용 확대법안 이르면 9월 시행
국세청, 의심거래 7498건서 1232억 추징
FIU 정보활용 확대법안 이르면 9월 시행
작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시중은행 지점. 30대 여성 A씨가 현금 1000만원을 입금했다. A씨의 계좌에는 100만~2000만원이 수시로 입금됐다 출금되곤 했다. 온라인 이체로 들어온 입금 메모란에는 ‘수술비’ ‘××× 시술’ 이란 말이 적혀 있곤 했다. A씨는 인근의 모 성형외과 간호사였다. 은행에서는 A씨의 거래 내역을 첨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가 의심된다’고 보고했다. 간호사가 수술비를 현금으로 받아 병원장에게 보내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한다고 본 것이다.
FIU는 자체 분석을 통해 이 정보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 국세청에 A씨와 A씨가 근무하는 병원에 관한 거래정보를 넘겼다. 국세청은 이 병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했다.
○거액 현금 거래 한눈에 파악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FIU는 탈세 마약 사기 횡령 밀수 등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세탁 금융거래를 찾아내는 기관이다. 인원은 총 59명. 이 중 32명이 국세청 등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FIU에 모이는 정보는 크게 두 가지다. 금융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수상하다고 판단해 따로 보고하는 의심거래정보(STR)와 2000만원 이상 거래된 금융거래 내역인 고액현금거래정보(CTR)다.
FIU가 조사하는 것은 STR이다. 금융회사에서 의심스럽다고 보고한 거래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해 그 사람의 가족관계등록부, 사업장 명칭 및 성격, 범죄경력, 수사기록 등을 두루 분석한다. 필요하면 그 사람의 과거 2000만원 이상 거래내역을 CTR로 확인하기도 한다.
10년 이상 데이터와 자금세탁 패턴이 쌓이면서 FIU의 정보 분석 능력은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간이분석시스템’은 성형외과 등 병원 관련 탈세, 비철금속 등 관련 탈세, 보이스피싱, 도박 관련 거래 등 정형화된 자금세탁을 잡아내는 시스템이다.
검찰에서 FIU로 파견나와 있는 황금선 FIU 전략분석팀장은 “예를 들어 비철금속 업체 계좌로 하루에 수십억원씩 돈이 들어오는데 하루 만에 돈이 다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될 경우 이 회사는 허위로 영수증을 끊어줘서 비자금을 만들거나 세금을 피하도록 하는 이른바 ‘폭탄업체(자료상)’로 자동 분류된다”고 말했다.
○국세청 FIU 정보 활용범위 넓어져
FIU는 STR 중 정말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를 골라 법이 정한 7개 기관(국세청 관세청 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금융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넘긴다. 이 중 절반가량이 국세청으로 통보된다. 탈세 혐의를 받는 거래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그것 만으론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STR과 CTR 정보 전체에 대한 접근권을 달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1년 FIU에 접수된 STR 32만9000건 중 고작 7498건만을 통보받았는데, 여기서만 123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며 “STR 전체를 주면 약 4조5000억원을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일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은 “차명 이용 여부를 알 수 있는 STR과 자금 원천을 찾아낼 수 있는 CTR이 있으면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을 더 객관적·효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IU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진웅섭 FIU 원장은 “고액 현금거래를 전부 다 국세청이 들여다 보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두 기관은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 지난 7일 정무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고 내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9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 제공 범위는 일부 조정될 수 있지만 어찌됐든 국세청의 FIU 정보 활용범위는 지금보다 더 넓어지는 것이 확실하다.
이상은/임원기/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
■ STR·CTR
의심거래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와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urrency transaction report). 금융회사들은 2000만원 이상 고액 거래가 발생하면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한다. 이를 CTR이라고 한다.
1000만원 이상 거래지만,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도 보고한다. 이것이 STR이다.
FIU는 자체 분석을 통해 이 정보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 국세청에 A씨와 A씨가 근무하는 병원에 관한 거래정보를 넘겼다. 국세청은 이 병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했다.
○거액 현금 거래 한눈에 파악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FIU는 탈세 마약 사기 횡령 밀수 등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세탁 금융거래를 찾아내는 기관이다. 인원은 총 59명. 이 중 32명이 국세청 등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FIU에 모이는 정보는 크게 두 가지다. 금융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수상하다고 판단해 따로 보고하는 의심거래정보(STR)와 2000만원 이상 거래된 금융거래 내역인 고액현금거래정보(CTR)다.
FIU가 조사하는 것은 STR이다. 금융회사에서 의심스럽다고 보고한 거래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해 그 사람의 가족관계등록부, 사업장 명칭 및 성격, 범죄경력, 수사기록 등을 두루 분석한다. 필요하면 그 사람의 과거 2000만원 이상 거래내역을 CTR로 확인하기도 한다.
10년 이상 데이터와 자금세탁 패턴이 쌓이면서 FIU의 정보 분석 능력은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간이분석시스템’은 성형외과 등 병원 관련 탈세, 비철금속 등 관련 탈세, 보이스피싱, 도박 관련 거래 등 정형화된 자금세탁을 잡아내는 시스템이다.
검찰에서 FIU로 파견나와 있는 황금선 FIU 전략분석팀장은 “예를 들어 비철금속 업체 계좌로 하루에 수십억원씩 돈이 들어오는데 하루 만에 돈이 다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될 경우 이 회사는 허위로 영수증을 끊어줘서 비자금을 만들거나 세금을 피하도록 하는 이른바 ‘폭탄업체(자료상)’로 자동 분류된다”고 말했다.
○국세청 FIU 정보 활용범위 넓어져
FIU는 STR 중 정말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를 골라 법이 정한 7개 기관(국세청 관세청 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금융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넘긴다. 이 중 절반가량이 국세청으로 통보된다. 탈세 혐의를 받는 거래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그것 만으론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STR과 CTR 정보 전체에 대한 접근권을 달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1년 FIU에 접수된 STR 32만9000건 중 고작 7498건만을 통보받았는데, 여기서만 123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며 “STR 전체를 주면 약 4조5000억원을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일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은 “차명 이용 여부를 알 수 있는 STR과 자금 원천을 찾아낼 수 있는 CTR이 있으면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을 더 객관적·효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IU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진웅섭 FIU 원장은 “고액 현금거래를 전부 다 국세청이 들여다 보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두 기관은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 지난 7일 정무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고 내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9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 제공 범위는 일부 조정될 수 있지만 어찌됐든 국세청의 FIU 정보 활용범위는 지금보다 더 넓어지는 것이 확실하다.
이상은/임원기/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
■ STR·CTR
의심거래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와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urrency transaction report). 금융회사들은 2000만원 이상 고액 거래가 발생하면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한다. 이를 CTR이라고 한다.
1000만원 이상 거래지만,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도 보고한다. 이것이 ST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