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의심거래 7498건서 1232억 추징
FIU 정보활용 확대법안 이르면 9월 시행
FIU는 자체 분석을 통해 이 정보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 국세청에 A씨와 A씨가 근무하는 병원에 관한 거래정보를 넘겼다. 국세청은 이 병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했다.
○거액 현금 거래 한눈에 파악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FIU는 탈세 마약 사기 횡령 밀수 등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세탁 금융거래를 찾아내는 기관이다. 인원은 총 59명. 이 중 32명이 국세청 등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FIU에 모이는 정보는 크게 두 가지다. 금융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수상하다고 판단해 따로 보고하는 의심거래정보(STR)와 2000만원 이상 거래된 금융거래 내역인 고액현금거래정보(CTR)다.
FIU가 조사하는 것은 STR이다. 금융회사에서 의심스럽다고 보고한 거래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해 그 사람의 가족관계등록부, 사업장 명칭 및 성격, 범죄경력, 수사기록 등을 두루 분석한다. 필요하면 그 사람의 과거 2000만원 이상 거래내역을 CTR로 확인하기도 한다.
10년 이상 데이터와 자금세탁 패턴이 쌓이면서 FIU의 정보 분석 능력은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간이분석시스템’은 성형외과 등 병원 관련 탈세, 비철금속 등 관련 탈세, 보이스피싱, 도박 관련 거래 등 정형화된 자금세탁을 잡아내는 시스템이다.
검찰에서 FIU로 파견나와 있는 황금선 FIU 전략분석팀장은 “예를 들어 비철금속 업체 계좌로 하루에 수십억원씩 돈이 들어오는데 하루 만에 돈이 다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될 경우 이 회사는 허위로 영수증을 끊어줘서 비자금을 만들거나 세금을 피하도록 하는 이른바 ‘폭탄업체(자료상)’로 자동 분류된다”고 말했다.
○국세청 FIU 정보 활용범위 넓어져
FIU는 STR 중 정말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를 골라 법이 정한 7개 기관(국세청 관세청 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금융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넘긴다. 이 중 절반가량이 국세청으로 통보된다. 탈세 혐의를 받는 거래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그것 만으론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STR과 CTR 정보 전체에 대한 접근권을 달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1년 FIU에 접수된 STR 32만9000건 중 고작 7498건만을 통보받았는데, 여기서만 123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며 “STR 전체를 주면 약 4조5000억원을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일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은 “차명 이용 여부를 알 수 있는 STR과 자금 원천을 찾아낼 수 있는 CTR이 있으면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을 더 객관적·효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IU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진웅섭 FIU 원장은 “고액 현금거래를 전부 다 국세청이 들여다 보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두 기관은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 지난 7일 정무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고 내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9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 제공 범위는 일부 조정될 수 있지만 어찌됐든 국세청의 FIU 정보 활용범위는 지금보다 더 넓어지는 것이 확실하다.
이상은/임원기/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
■ STR·CTR
의심거래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와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urrency transaction report). 금융회사들은 2000만원 이상 고액 거래가 발생하면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한다. 이를 CTR이라고 한다.
1000만원 이상 거래지만,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도 보고한다. 이것이 ST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