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CJ제일제당이 최근 실적 부진을 털고 주가에 날개를 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기 위해선 보다 선명한 실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0일 CJ제일제당은 전 거래일 대비 1500원(0.51%) 오른 29만4500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만에 반등이다.

지난 2일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진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CJ제일제당 주가는 나흘을 제외하고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지난 10일 장중엔 연중 최저가(28만5500원)까지 추락했다.

최근 CJ제일제당은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 기조에 따라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시원치 않자 그룹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CJ제일제당이 앞장선 것이다. 법인카드 사용 제한, 출퇴근 시간 제한, 분말카레 사업 등 부실 사업 철수 등이 대표적인 개선 방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자'란 기치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의 걸림돌이 해결될지는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비상경영의 내용이 전혀 새로울 것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실적 개선을 발목잡는 주요 요인으로는 라이신(가축 사료용 아미노산) 가격의 하락이 꼽힌다. 경쟁사들이 저가 라이신을 대거 공급하면서 글로벌 가격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것. 라이신 사업부가 포함된 바이오 사업부는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전체 매출 가운데 3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라이신 가격은 통제 변수가 되지 못하는 데다 다른 실적 개선 요인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는 당분간 계속 바닥을 길 것"이라며 "비상경영 기조 역시 지난 1분기부터 이어진 것으로 새로운 변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도 이와 관련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비상경영'이란 이름으로 최근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없다"며 "수익성이 나는 제품에 보다 힘을 쏟는 '선택과 집중'을 올초부터 계속 이어나가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사 측의 비상경영 체제 유지가 투자 심리를 어느정도 개선키는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경영 강조는 회사 측의 구조조정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펀더멘탈의 변화는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나겠지만 주가는 기대감을 반영해 미리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CJ제일제당의 1분기 매출액은 1조79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1% 소폭 늘고 영업이익은 1132억원으로 11.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58.5% 급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