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초봄까지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렸다. 작년 5~6월 두 달간 내린 비의 양은 110.9㎜로 평소의 절반 정도였지만 예년보다 늦게 시작한 장마는 일부 지역에 폭우를 쏟아냈다. 1962년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네 번의 태풍이 찾아오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규모도 초대형화돼 하천, 하수도, 펌프장 같은 전통적인 방재시설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방재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재해에 취약한 지역에 주민이 거주할 수 없게 하거나 시설의 설치를 제한하는 등 토지이용정책을 통해 위험을 낮춰 왔다. 공원 학교 등 도시계획시설도 집중호우에 대비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구조로 건축, 재해 예방과 함께 방재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층을 필로티 구조로 조성한 일본 요코하마의 월드컵 경기장 닛산스타디움이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와 대형 재해에 대비해 국토·도시체계를 바꿔야 한다. 도시의 토지이용, 기반시설, 건축물 등이 종합적으로 대응해 재해위험을 분담하고, 폭우·폭염·가뭄 등 다양한 재해에 통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계획 수립 단계부터 재해 취약지역을 파악해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고 공원 광장 공공청사 등을 활용해 재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재해예방형 국토·도시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 재해 취약성 분석을 통한 토지이용이 필요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별로 분석한 재해 취약성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적 대책의 평가·협의·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재해 취약성 분석 제도를 도시개발 관련 개별 법률과 국가기반시설 관련 법률이 연동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방재지구를 지정하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정비계획 수립대상지역으로 우선 지정해 주거환경정비사업, 주택재개발사업 등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개발을 기회로 재해위험을 해소함과 동시에 집값 하락, 행위제한 등 지역주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슈 & 포인트] 재해예방 도시의 기본조건
방재선진국처럼 공원 광장 공공시설 등 도시계획시설을 방재시설로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도시계획시설의 활용은 개별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도시에서 모이고, 도시 간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재해예방형 국토·도시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