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슬로 호머의 ‘새 소설’ (1877년, 스프링필드 마이클과 도널드 다무르 미술관)
윈슬로 호머의 ‘새 소설’ (1877년, 스프링필드 마이클과 도널드 다무르 미술관)
한 젊은 여인이 풀밭 위에 누워 독서에 흠뻑 빠져 있다. 휴대용 쿠션을 베고 편안하게 누운 채 시선은 온통 책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대지도 숨을 죽인 듯하다. 숲은 여인을 품었고 여인은 책을 품었다. 그러나 정작 여인을 품은 것은 책이다.

미국 화가 윈슬로 호머(1836~1910)의 ‘새 소설’은 감상자를 편안하고 아늑한 휴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러나 요즘 현실 속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이 외계인처럼 여겨지는 지금, 그림은 마치 우리들에게 흘러간 옛 노래를 들려주는 것 같다.

책의 위축은 책 읽기 행위가 만들어주는 달콤한 휴식 환경의 위축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풀밭 위에 누워 나무 향을 맡으며 나무로 만든 책을 읽는 것만한 힐링도 드물기 때문이다. 전자책 등 정보기술(IT)의 편리성은 발전시켜야겠지만 종이책을 외면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서구인들이 바캉스를 떠날 때 여전히 소설책을 제일 먼저 챙긴다는 점을 곱씹어 볼 일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