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하면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출판사 간 경쟁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문학동네와 민음사의 ‘위대한 개츠비’는 각각 7·8위에 올랐다. 2주 전 두 판본이 나란히 20위권에 진입한 뒤 1주일 만에 8계단씩 뛰어올랐다. 하지만 특수를 노린 출판사들의 반값·경품 경쟁은 영화 개봉을 전후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음사는 책값을 8000원에서 51% 할인한 3920원으로 끌어내렸다. 이 가격에 영문판 전자책과 마우스패드, 피츠제럴드의 다른 작품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과 노트까지 덤으로 준다. 문학동네도 9500원에서 50%를 깎아 4750원에 팔고 있으며 영문판과 미니북을 끼워준다.

도서정가제가 출간된 지 18개월 이상 지난 책들에 대해서는 할인폭을 제한하지 않으므로 불법은 아니지만 할인폭과 경품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위대한 개츠비’를 새로 출간하면서 아예 책값을 싸게 매긴 경우도 있다. 펭귄클래식코리아는 최근 ‘위대한 개츠비’를 새로 번역해 내면서 책값을 6000원으로 책정했다. 영문합본에 524쪽이 넘는 분량인데도 아예 가격을 낮게 잡은 것. 문학도서는 10% 이상 할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명 번역가 김석희 씨에게 번역을 맡긴 열림원은 이 규정 때문에 아예 이 문학 고전을 ‘실용서’로 등록하는 편법을 썼고 51% 할인한 가격에 팔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대한 개츠비’의 종이책값은 3000~5000원대인데 비해 전자책값은 오히려 6000~7000원대인 기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부작용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손해를 감수하는 출혈경쟁을 하면 다른 데서 보전을 해야 하는 건 어느 산업에서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전반적으로 책값 수준이 올라가는 결과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