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산으로 가는 프랜차이즈 법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본부 보고 ‘신(神)’이 되라는 겁니다. 매출을 결정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은데 가맹점 개점 희망자에게 예상 매출을 제시하고, 실제 매출과 크게 차이 나면 처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한국경제신문이 프랜차이즈협회 및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과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프랜차이즈 신뢰도 제고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한 가맹본부 대표의 말이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어려운 판에 프랜차이즈업계를 왜 이렇게 몰아붙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세미나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각종 규제안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내달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앞둔 시점에 열려 기업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 안대로 확정된다면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못하게 되고, 가맹점주들은 단체를 만들어 본사와 협상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경영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한 참석자는 “개정안이 갑을 논리에 충실할 뿐 현실과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관계를 계약이 아닌 노사관계로 왜곡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헌법의 기본정신인 사적 자치의 원칙까지 무시하고 있는데, 만일 외부세력이 끼어들어 갈등을 증폭시키면 정부가 책임질 것이냐”고도 했다.

서울 도곡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야 가맹점 장사가 잘되는 게 프랜차이즈업의 본질”이라며 “가맹본부를 몰아붙이면 투자가 이뤄질 수 없고, 결국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모두 공멸하게 된다”고 무분별한 규제를 비판했다. 이날 세미나는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참석자들이 계속 손을 드는 바람에 예정 시간보다 30분을 넘겨서야 끝났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나 경제원칙을 반영하지 못한 프랜차이즈 관련 법 개정안을 이해할 수 없다는 외국 학자들도 많다”며 “일본에서도 1990년대 후반에 예상 매출 제시를 의무화했다가 줄소송 사태가 나며 폐지했는데, 그대로 도입하려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한다”고 전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공정거래 촉진’이란 본래의 목적을 넘어 ‘산으로 가고 있다’는 게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강창동 생활경제부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