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지난해 말 서울시와 4개 주요 산하기관 부채는 27조3327억원으로, 전년 말(26조4448억원) 대비 9000억원가량 늘었다. 2010년 말 25조4752억원에서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박 시장 취임일 기준으로 채무는 1조원 넘게 줄었지만, 부채는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부채(負債)’와 ‘채무(債務)’는 같은 개념으로 알기 쉽지만 회계기준으로는 엄연히 다르다. 부채에는 임대보증금 및 퇴직금 충당금처럼 당장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금액이 포함된다. 지방채 등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고 이자가 발생하는 빚이 채무다. 김용석 서울시의회 의원은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증가한 임대보증금이 부채로 계상됐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의 또 다른 대표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 건립을 추진하다 보니 부채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박 시장이 당초 내건 공약이 ‘채무 7조원 감축’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11년 재·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의 공약집을 살펴보면 ‘임기 중 재정부채 30% 감축(25조5000억원→18조원, 약 7조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서울시가 올해 초부터 웹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분야별 공약추진 현황에는 ‘채무 7조원 감축’으로 변경됐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기존 공약에서 47개를 일부 조정했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도 이 내용은 빠져 있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 선거 캠프가) 당시엔 채무와 부채의 차이를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시는 상환 기간이 정해져 있는 채무를 갚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시장의 채무 감축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부채’를 줄이겠다던 기존 공약을 변경한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채무’로 바꾼 건 박 시장이 강조하는 ‘투명 행정’과도 맞지 않아 보인다. 공약을 변경한 사실에 대해 시민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