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글로벌 매출은 미국 내 매출의 2배에 달하지만 우린 글로벌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단 1달러의 세금도 안 낸 적은 없다.”

미국 정치권으로부터 대규모 탈세 의혹을 받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21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반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휴렛팩커드(HP) 등 다른 기업들도 탈세 조사대상에 올랐지만 CEO가 직접 청문회에 참석, 증언한 기업은 애플뿐이다.

이날 청문회는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 간 날선 공방으로 시작했다. 상임조사 소위원장인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애플은 미국의 최대 세금 납부 기업이자 최대 세금 회피 기업”이라며 “애플은 수백억달러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만드는 꼼수를 썼다”고 비판했다. 패널로 참석한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은 “미 정치권은 애플에 사과해야 한다. 유럽, 캐나다보다 약 2배나 더 높은 미국 법인세부터 낮추라”고 맞섰다.

미 상임조사 위원회는 이날 애플이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2009년에서 2012년까지 4년 동안 770억달러의 순이익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애플의 자회사 ‘애플 오퍼레이션 인터내셔널(AOL)’이 4년간 300억달러의 이익을 냈지만 어떤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아일랜드의 또 다른 자회사 ‘애플세일즈 인터내셔널(AOI)’은 220억달러의 이익에 0.05%의 세금만 냈다고 밝혔다. 미국은 법인 등록지를 기준으로, 아일랜드는 실제 경영을 맡고 있는 국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 내 애플의 자회사는 양국에 모두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각지대에 놓였던 셈이라는 것. 레빈 소위원장은 “애플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020억달러에 달하며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십억달러를 아일랜드 법인으로 옮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애플은 실체 없는 다수의 회사를 동원하는 등 전례 없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쿡 CEO는 이날 청문회 2부부터 피터 오펜하이머 최고재무책임자(CFO), 피터 불럭 세무담당 등과 증인석에 섰다. 그는 “애플은 지난해 미국 기업으로 가장 많은 60억달러의 세금을 냈다”며 “낡아빠진 잣대로 디지털시대의 기업을 옥죄지 말라”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된 아일랜드 자회사와 관련, 4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해외 수익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자회사로 이익을 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은 2012년 60억달러의 세금을 냈으며 실효세율로 따지면 30.5%”라며 “법정세율 35%보다 크게 낮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 법인세 제도를 전면 개혁하라고 의회를 압박한 것.

한편 애플이 보유 현금과 수익을 아일랜드 법인으로 이전해 세금을 편법으로 줄였다는 미 의회 조사결과에 대해 아일랜드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루신다 크레이튼 아일랜드 유럽담당 장관은 “우리는 애플에 특별히 법인세율을 2%로 낮춰준 적이 없다”며 “구글과 같은 대형 다국적 기업은 물론이고 영세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법인세율 12.5%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김보라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