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기업 사정'] FIU·해외계좌 정보 속속 포착…'기업 司正' 새 루트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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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대기업 수사' 신호탄인가
고액 의심거래 적발 건수 연 30만건
기업 조사 전방위 확대 가능성도
고액 의심거래 적발 건수 연 30만건
기업 조사 전방위 확대 가능성도
검찰의 CJ 압수수색으로 재계가 얼어붙고 있다. 수사는 지난 이명박정부 때부터 시작됐지만 21일 단행된 압수수색 강도와 범위가 전례 없이 강하고 넓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식’ 기업 사정의 방향타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특히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의 공개 확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해외 계좌 조사 강화 등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자체 인지나 외부 제보 등 제한적 경로로 이뤄지던 사정당국의 기업인 수사가 전방위 계좌 추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에 기업인 정보 쏟아져
이번에 CJ그룹에 대한 수사는 금융위원회 산하 FIU가 검찰에 제공한 정보로 이뤄졌다. FIU는 대기업과 기업인들의 각종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지만 이 정보를 국세청 관세청 등 집행기관이 직접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정금융거래보고에 관한 법률’(FIU법)에서 범칙 수사의 경우에 한정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이 정보의 빗장이 점차 풀리고 있는 양상이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기업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FIU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의심거래 보고 기준(현행 1000만원 이상)은 아예 없어진다.
이에 따라 당초 FIU 정보 중 마약 거래나 자금세탁 관련 정보만 받아보던 검찰과 국세청 등은 기업 또는 기업인들의 자금흐름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FIU에 들어오는 의심거래 정보는 200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 275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23만6068건, 2011년에는 32만9463건으로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은 범죄 등에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거래 내역이 관찰되고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며 “이미 많은 기업이 법 개정을 앞두고 금융계좌 관리에 초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태풍 더 세지나
국세청이 해외 국세청과의 공조를 통해 한국인의 해외 계좌 내역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점도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다. 국세청은 계좌 추적을 통해 일단 탈세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지만 비자금 조성이나 다른 불법 행위에 대한 의심이 들면 검찰에 통보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이미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 국세청에서 지난 3년간 해외에서 소득을 올린 한국인 10만명의 명단을 넘겨받은 상태다. 이 명단에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뿐 아니라 해외에서 이자 및 배당 소득을 받은 자산가, 대기업 대주주 및 친척 일가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세청은 최근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이 공동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 탈세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이들 3개국 국세청이 보유한 역외 탈세 관련 자료는 400기가바이트(GB)에 달해 지난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밝혀낸 260GB 상당의 자료보다 더 방대한 규모다.
이 자료에는 한국 기업인들의 금융거래 자료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사정당국이 전방위로 조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자금 은닉 장소로 요긴하게 활용됐던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등 조세피난처 역시 더 이상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곳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국세청은 스위스에 비밀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탈세 혐의자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혐의자의 이름과 은행 이름만 알면 금융 거래 정보를 넘겨받기로 스위스 정부와 합의했다.
경제계는 이처럼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이 엉뚱하게 기업 수사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 관련 비리가 속속 드러날 경우 반기업정서 확산으로 가뜩이나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경제민주화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재계는 특히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의 공개 확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해외 계좌 조사 강화 등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자체 인지나 외부 제보 등 제한적 경로로 이뤄지던 사정당국의 기업인 수사가 전방위 계좌 추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에 기업인 정보 쏟아져
이번에 CJ그룹에 대한 수사는 금융위원회 산하 FIU가 검찰에 제공한 정보로 이뤄졌다. FIU는 대기업과 기업인들의 각종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지만 이 정보를 국세청 관세청 등 집행기관이 직접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정금융거래보고에 관한 법률’(FIU법)에서 범칙 수사의 경우에 한정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이 정보의 빗장이 점차 풀리고 있는 양상이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기업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FIU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의심거래 보고 기준(현행 1000만원 이상)은 아예 없어진다.
이에 따라 당초 FIU 정보 중 마약 거래나 자금세탁 관련 정보만 받아보던 검찰과 국세청 등은 기업 또는 기업인들의 자금흐름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FIU에 들어오는 의심거래 정보는 200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 275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23만6068건, 2011년에는 32만9463건으로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은 범죄 등에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거래 내역이 관찰되고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며 “이미 많은 기업이 법 개정을 앞두고 금융계좌 관리에 초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태풍 더 세지나
국세청이 해외 국세청과의 공조를 통해 한국인의 해외 계좌 내역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점도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다. 국세청은 계좌 추적을 통해 일단 탈세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지만 비자금 조성이나 다른 불법 행위에 대한 의심이 들면 검찰에 통보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이미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 국세청에서 지난 3년간 해외에서 소득을 올린 한국인 10만명의 명단을 넘겨받은 상태다. 이 명단에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뿐 아니라 해외에서 이자 및 배당 소득을 받은 자산가, 대기업 대주주 및 친척 일가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세청은 최근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이 공동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 탈세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이들 3개국 국세청이 보유한 역외 탈세 관련 자료는 400기가바이트(GB)에 달해 지난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밝혀낸 260GB 상당의 자료보다 더 방대한 규모다.
이 자료에는 한국 기업인들의 금융거래 자료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사정당국이 전방위로 조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자금 은닉 장소로 요긴하게 활용됐던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등 조세피난처 역시 더 이상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곳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국세청은 스위스에 비밀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탈세 혐의자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혐의자의 이름과 은행 이름만 알면 금융 거래 정보를 넘겨받기로 스위스 정부와 합의했다.
경제계는 이처럼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이 엉뚱하게 기업 수사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 관련 비리가 속속 드러날 경우 반기업정서 확산으로 가뜩이나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경제민주화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