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시행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신용카드업계와 백화점 대형마트 항공사 등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인상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일부 대형가맹점에서 특정 카드를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소비자 피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등 7개 전업카드사 중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의 가맹점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한 곳은 삼성카드가 유일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도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일부 협상이 타결된 통신업계에서도 KT가 높아진 수수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대형가맹점들이 협상에 소극적인 이유는 시간을 끌어도 손해 볼 게 없어서라는 판단 때문이다. 여전법 개정으로 대형가맹점들은 올초부터 카드사가 통보한 1.9~2.0%의 높아진 수수료를 내고 있다. 기존 수수료율(1.5~1.6%)보다 높아졌지만 현재 적용 중인 수수료율보다 낮은 요율로 협상이 끝나면 그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도 미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인상된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어 급할 건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힘겨루기로 불편을 겪는 것은 소비자라는 지적이다. 올초 대형가맹점에서 시행되던 상시 무이자할부 행사에 대한 비용분담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대형가맹점이 비용분담을 거부하면서 홈쇼핑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가맹점에서 무이자할부가 중단됐다. 여기에 최근 홈플러스는 롯데카드에 수수료 인상을 못해주겠다며 7월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7월부터는 홈플러스에서 롯데카드를 쓰기 어려워진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유사한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슈퍼갑’인 대형가맹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