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2일 오전 11시43분

저금리에 실망한 기관투자가들이 AA급 이상 우량회사채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A급’ 회사채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바로 한 단계 아래인 ‘BBB급’ 회사채는 여전히 찬밥 신세다. 금융사들의 내부 규정이 두 등급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요예측을 실시한 금호피앤비화학(신용등급 A-), 성우하이텍(A0), 세아특수강(A-), 여천NCC(A+), AJ렌터카(A-) 등 A급 회사채들이 뜻밖의 관심을 모으며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발행 물량도 늘려잡았다. AJ렌터카는 4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2450억원(단순경쟁률 5.4 대 1)이 몰려 계획보다 많은 600억원을 이날 조달했다.

자동차 보디부품을 만드는 성우하이텍은 300억원의 회사채 모집에 1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발행물량을 100억원 늘렸다. 페놀계 화학제품업체인 금호피앤비화학도 200억원 규모의 5년만기 회사채 수요 모집에 540억원이 몰려 300억원어치를 발행키로 했다.

반면 신용등급 BBB+인 이랜드월드는 비슷한 시기에 8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0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국내 시공능력 12위 건설사인 두산건설(BBB+)도 700억원 모집에 주문은 전무했다. 두 회사의 신용등급은 ‘A-’보다 불과 한 단계 아래다. 팔리지 않은 물량은 주관 증권사들이 인수해야 한다.

경기회복 기대로 높아진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A급 이상 상품에만 투자가 허용된 내부 규정 탓에 BBB급 회사채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신청 사태 이후 A급 미만 회사채에는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내부 규정이 더욱 강화됐다”며 “BBB급 회사채는 앞으로도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를 모으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