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 내 ‘알파로스’ 복합단지 건설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부지가 5년째 울타리만 세워진 채 방치돼있다.  /한경DB 
서울 은평뉴타운 내 ‘알파로스’ 복합단지 건설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부지가 5년째 울타리만 세워진 채 방치돼있다.  /한경DB 
서울 용산역세권개발에 이어 은평뉴타운 내 복합단지 건설사업인 ‘알파로스’도 무산 위기에 처했다. 사업비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알파로스’ 프로젝트는 서울 은평뉴타운 5만㎡의 중심상업용지에 주상복합 오피스텔 호텔 메디컬센터 대형마트 등을 짓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사업 주체인 알파로스복합개발이 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1480억원을 이달 말 연장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다. 개발 무산으로 은평뉴타운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 ABCP 1480억원 연장 관건

1조3000억 규모 은평뉴타운 '알파로스' 개발 무산 위기
22일 SH공사와 민간 출자사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알파로스 주주총회에서 토지주인 SH공사가 제시한 토지비 납부조건 완화와 주거비율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사업계획 변경안에 대해 출자사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건설 투자자들은 “미흡하지만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재무 투자자들은 “사업성이 낮다”고 반대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31일 만기인 ABCP 1480억원에 대해 SH공사가 연장하지 않으면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 출자사들이 이달 말 전에 주주총회를 다시 열어 사업계획 변경안에 동의할 경우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무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장 큰 재무투자자인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를 고려하면 SH공사의 방안대로 사업을 추진했을 때 손실이 예상된다”며 “SH공사와 민간출자자들이 서로 다르게 사업성을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건설투자자도 “사업 진행의 열쇠는 SH공사가 쥐고 있다”며 “민간 출자사들은 현재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H공사는 출자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만기가 돌아오는 ABCP를 연장하지 않고 토지매매계약과 사업협약을 해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 관계자는 “5년째 지지부진한 사업을 두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며 “부채를 줄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 지연으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발목 잡혀

알파로스 건설 사업은 2008년부터 공기관인 SH공사가 토지를 대고 건설사 등이 사업계획을 세워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다. 지금까지 SH공사가 받은 토지가격은 건설공제조합 현대건설 등의 출자금(1200억원)과 금융권 ABCP 발행액 등 2270억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출자사 간 이견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로 분양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돼 사업은 장기 표류하게 됐다. 2010년부터 주상복합 등의 분양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많은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하는 공모형 PF사업은 융통성 있는 의사 결정이 어려운 구조”라며 “공모형 PF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추는 동시에 사업 계획을 장기적으로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입주민들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주민은 “지난해 말 박원순 시장이 사업 진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며 “편의시설이 없어 ‘원정쇼핑’을 가야 하는데 누가 책임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일/ 김진수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