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자산관리 모범 사례
자산 95% 랩어카운트 상품으로 운용…'지점장의 무덤'서 5개월 연속 흑자
하지만 김 지점장이 작년 12월 강남지점장으로 부임한 이후 놀라운 변화가 생겨났다. 원체 비싼 임대료에다 다른 증권사들의 랜드마크급 점포 출점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며 매달 적자를 냈던 강남지점이 지난 4월까지 5개월 연속 흑자를 낸 것이다. 5개월 누적 흑자 규모로는 91개 전 지점 중 2위다.
김 지점장이 맡고 있는 강남지점은 하나대투증권이 목표로 삼는 종합자산관리회사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시발은 ‘수성 VIP 클럽’의 김 지점장 단골 고객이었다. 이들 고객 30여명은 김 지점장에게 돈을 계속 맡기겠다며 계약서를 새로 썼다. 이렇게 옮겨온 자금이 400억원이나 됐다. 수성 VIP클럽 전체 운용 자금의 90%가 넘는 규모다.
김 지점장은 “주식과 산업을 공부하고 고객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짜서 수익을 높이는 일이 재미있을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김 지점장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남다르다는 게 지점 직원들의 이야기다. 이용철 리테일총괄 전무는 “대구에서 경쟁사 지점장이 그에게 4억원을 맡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강남지점장 후보로 점찍었다”고 털어놨다.
김 지점장은 담당하는 고객 자산의 95% 이상을 랩어카운트 상품으로 운용한다. 랩어카운트는 매매 수수료가 아닌 연간 운용 수수료를 받는다. 사고팔 때 수수료를 떼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종목을 매매하지 않고,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랩어카운트에 담을 수 있는 금융상품은 주식, 채권뿐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선물옵션 등으로 다양하다. 김 지점장은 “증권사가 고객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줄 훌륭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지점 차원의 랩어카운트 상품을 찾기 어려운 것은 고객 자산을 제대로 굴릴 자신이 없어서라는 게 김 지점장 설명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자체 랩어카운트 상품보다 대형 자문사 랩어카운트를 파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신뢰를 고객들로부터 얻으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김 지점장은 “고객에게 자금을 맡겨달라는 영업을 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투자수익률이 숫자로 입증되면 입소문이 나고, 이런 고객들이 한번 돈을 맡긴 뒤 수익이 입증되면 다시 돈을 맡기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강남지점 관계자는 “최근 지점을 찾는 유명 연예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지점장의 고객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장이 한번 돈을 맡긴 뒤 연예계에 입소문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은 강남지점의 성공사례를 다른 지점으로 확산시켜 종합자산관리회사라는 비전을 현장에서 구현해나가는 데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