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회장 이순우 내정] 행장에게 입바른 소리하던 '37년 은행원' 우리금융 회장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3일 이순우 우리은행장(63·사진)을 차기 회장 내정자로 결정해 발표했다. 회추위원장인 송웅순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는 “성공적인 민영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한다.

▶본지 5월23일자 A14면 참조

이 내정자는 대구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우리은행 전신인 옛 상업은행 을지로지점에서 말단 행원으로 출발했다. 37년째 한 은행에서만 근무하며 은행장을 거쳐 금융지주 회장까지 처음 오른 ‘정통 은행원’이다.

◆입바른 소리 마다하지 않는 외유내강형

이 내정자는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말단 시절부터 입바른 소리를 하기로 유명했다. 1992년 초 당시 김추규 상업은행장이 취임한 지 서너 달 지났을 때 얘기다. 김 행장은 은행 중간 간부들을 모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임직원들은 “경영시스템이 크게 개선됐다. 경쟁력이 좋아지고 있다”며 주로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놨다.

행사가 끝날 무렵 이 내정자가 벌떡 일어나 마이크를 잡으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얘기는 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1등 은행이 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 행사장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다음날 출근한 이 내정자는 간부들로부터 “과장이 분수도 모르고 나선다”는 호된 질책을 받았다. 행장실로부터 호출까지 받았다. 하지만 김 행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는 “이 과장 같은 사람이 바른말을 해줘야 한다”며 비서실로 발령냈다.

이 내정자는 비서실 근무를 끝내고 1999년 옛 한빛은행 명동역지점장과 인사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02년부터는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수완을 발휘했다. 당시 LG카드 사태를 맞아 주채권은행 임원으로서 정부와 LG그룹, 다른 채권은행들을 아우르며 강단 있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신 위원장은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으로 일하며 실무를 맡았던 이 내정자와 손발을 맞췄다. 회의와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함께했다. 이 내정자가 신 위원장과 호흡을 맞춰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민영화 위한 조직 추스르기 과제

이 내정자의 장점은 친화력과 겸손함이다. 누구를 만나건 웃는 얼굴이다. 한 달에 서너 차례 지방 중소기업을 방문할 때는 항상 점퍼 차림을 한다. 그러면 금세 격의가 없어진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농담도 자주 하고 사생활까지 챙긴다. 그러다 보니 따르는 직원이 많다. 노조와의 관계도 좋다.

이 내정자는 다음달 중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치면 새 우리금융 회장에 정식 취임한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은 원활한 민영화가 숙제다. 민영화를 위해 조직 안정, 수익성 확보, 인사 및 조직개편 등에 대한 ‘묘책’을 찾아야 한다.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 등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 들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임기가 만료된 권숙교 우리FIS 대표와 이승주 우리PE 대표, 공석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등에 대한 후임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내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 역시 대거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조직 안정을 위해 큰 폭의 인사를 하진 않겠지만, 일부 자회사 CEO나 임원들의 교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