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건축·기계·자동차 '기업 만족도' 으뜸
부산대 조선해양과 교수들의 스케줄 표에는 거제도 조선소 방문 일정이 빨간펜으로 표시돼 있다. 선박제조과정을 꼼꼼히 살펴 커리큘럼에다 현장실무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부산대 조선해양과 졸업생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스카우트되는 이유다. 삼성중공업과는 계약학과를 개설해 산학협력 연구과제를 같이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의 경험을 전해준다. 이 같은 노력 덕택에 부산대 조선해양과는 23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선정하는 산업계 관점 대학 평가에서 조선업 분야 최우수대학으로 뽑혔다.

◆기업 맞춤형 교육 확대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는 경제5단체의 도움으로 2008년부터 분야별로 발표됐으며 대학의 교육과정이 산업계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기업들이 어느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지 엿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평가는 건축, 기계, 자동차, 조선, 토목 등 5개 분야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대학 41개교의 103개 학과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자동차, 건축, 토목은 2008년 이후 두 번째 평가다. 현대자동차, 대우건설, 삼성중공업 등 기업 35개사가 분석에 참여했고, 1517개사가 설문조사에 협조했다.

평가 결과 자동차 분야에서 잘 가르치는 대학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인하대 부산대 울산대 등 6곳이 뽑혔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2008년 첫 평가에서도 우수대학으로 뽑혔으나 매년 참가하던 고려대는 학과장 회의의 결정으로 이번 평가에 불참했다.

토목(설계)분야에서는 한양대와 홍익대가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우수대학에 뽑혔고 연세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인하대 경북대 울산대 한국해양대 등 7곳이 새로 선정됐다. 건축(시공)분야에서는 성균관대 등 8곳이 새로 뽑혔으나 2008년 선정된 연세대와 부산대는 이번 평가에 불참했고 한양대는 최우수대학에 포함되지 못했다.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초기부터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우수대학들은 산학연계 교육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비교적 잘 가르친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의 전공별 취업률은 평균 75.18%에 달했고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판 규모(기술이전금액)가 평균 9억8300만원에 달했다.

일반기계분야 최우수대학인 한국기술교육대는 4학기제 장기현장실습(IPP) 트랙을 신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에 대한 사전 검증을 강화했다. 토목(설계) 최우수대학인 연세대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해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강화하고 기초직업능력, 현장실습, 종합설계과목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균형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계 요구와 격차 여전

기업체 임직원들은 산업계 요구와 대학 교육과정 간 격차가 여전하다며 분야별로 개혁을 주문했다. 이효천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인재경영서비스팀장은 “산업현장 경영의 기초적 내용도 필수로 제시돼야 한다”며 품질관리·원가이해 등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축 분야는 건설 경영이나 건축 관련 법규가 산업현장에서 매우 중시되고 있지만 교육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선 분야는 최신 산업트렌드를 반영해 해양플랜트 관련 교과목을 개설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입사 5년 이내 직원에 대한 출신 대학의 교육과정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공전문능력 함양 적합도는 평균 3.86점(5점 만점 기준)으로 높으나 현장실무능력 적합도는 3.28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반직무역량 가운데는 대인관계능력(3.91점)과 의사소통능력(3.73점)이 높은 편이나 자원관리능력과 외국어능력이 각각 3.33점과 3.44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