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新북방정책, 경협에 초점 맞춰야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주변 주요국 외교가 5개월 이상 지속된 북한의 위협 속에서 지난 7일 미국을 시작으로 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윤창중 스캔들로 묻혀 버렸지만 한·미동맹의 굳건한 의지와 북핵불용,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한·미 두 나라가 한목소리를 냈다.

이젠 오는 6월에 있을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9월로 예상되는 러시아 방문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러시아와는 경제협력뿐 아니라 정치·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북방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러시아는 작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제3기 집권 이후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新)동진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취임 후 1주일 만에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지난달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외교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러시아의 신동진정책은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극동개발부를 신설했고, ‘극동발전전략2025’를 발표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다. 이런 러시아의 움직임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 중국의 급부상 등과 함께 세계 정치의 중심축이 동북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견제심리도 깔려 있다. 경제적으로는 동시베리아의 에너지 자원 개발과 이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동시베리아 에너지 자원개발을 통해 천연가스와 원유를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및 그 이후 사태 해결에 대한 북한의 비상식적인 태도로 인해 신동진정책 추진이 주춤한 상황이기는 해도 극동지역 개발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는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의 정책행보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오는 9월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로 한·러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 성공적인 한·러 정상회담을 위해 대러시아 정치, 외교 및 경제협력의 로드맵을 박근혜정부의 공약사항인 ‘유라시아경제협력’의 틀에 맞게 다시 짜야 한다.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 속에 한국이 주도하는 전방위 외교인 ‘키-디플로머시(Korea Initiative Diplomacy)’의 실현을 위해 우리의 역할과 주변국 경제협력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첫째,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경제협력체’ 창설이 필요하다. 한·러 경제협력, 더 나아가 남북한·러·중 다자간 역내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통일 한국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둘째, 북·중·러 국경 지역에 다자간 ‘특별경제무역자유지구(SEZ)’를 제안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다자간 경제·안보 메커니즘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보다 적극적으로 ‘유라시아경제협력’을 실현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해 에너지 자원 협력, 연해주에 남북한·러 대규모 농업협력, 상업용 소형 원자로(SMR) 분야 협력 및 극동지역 물류 등 교통 항만 인프라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200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러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으로 농림, 수산 분야 협력을 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두 나라의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잘 활용, 교역량을 늘리고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신뢰와 입지를 다져 나가야 한다. 러시아의 신동진정책 행보를 시베리아 에너지 자원 확보는 물론 한반도 평화통일로 가는 디딤돌로 삼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차윤호 < 경남대 교수·러시아연방 변호사 sasha2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