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폭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이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하락폭을 키운 요인이다.

23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7.32% 떨어진 14,483.98로 마감했다. 하락폭은 2000년 4월17일 이후 약 13년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역대 11위 수준이다.

이날 하루 동안 주가 변동폭은 1260포인트에 달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 3월15일의 하루 변동폭(1214포인트)을 웃돌았다. 이 역시 13년1개월 만의 최대치다. 거래대금도 5조8376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 초반은 상승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오후장 들어 중국 경기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면서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이날 영국 금융회사인 HSBC는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 증시가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올 들어서만 60%가량 급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발 악재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몰리면서 증시 낙폭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는 오후 한때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2년2개월 만에 발동됐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증시를 흔든 요인이다.

일본 국채시장도 요동쳤다. 장기 지표금리인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전 한때 연 1.0%까지 올랐다가 장 막판 연 0.835%까지 떨어졌다. 불안한 국채시장이 아베노믹스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기 금리 상승세를 잡지 못할 경우 대규모 경제완화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엔저(低)와 주가 상승세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조기 종료 우려와 예상보다 부진한 중국 제조업지수, 일본 증시 폭락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에 나서며 24.64포인트(1.24%) 떨어진 1969.19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중에 가파르게 올랐지만(채권가격 하락) 결국 보합(연 2.61%)에 장을 마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황정수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