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절반 이상이 해제됐지만 당장 토지 거래가 활성화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택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원자재격인 토지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는 부동산 상품 중에서도 움직임이 가장 늦게 나타난다”며 “각종 개발사업이 활발해야 거래도 늘고 땅값도 오르기 때문에 허가구역 해제만으로 땅값 급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해제되는 수도권 토지 중 상당수는 녹지와 관리지역으로 개발이 쉽지 않거나 이미 개발이 진행된 보금자리주택지구라는 점에서도 시장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용산구는 이촌동과 서빙고동, 보광동 일대 5㎢(498필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렸으나 해제 지역이 국·공유지인 한강둔치로 일반 거래가 불가능하다. 강남구(6.24㎢)와 서초구(3.91㎢) 마포구(9.57㎢) 역시 해제지역 대부분이 한강과 탄천 일대,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는 곳으로 땅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

고액 자산가들도 장기 투자가 필요한 토지 대신 매달 월세가 나오는 빌딩과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연구위원은 “일정한 수익도 없이 5~10년씩 돈이 묶이는 토지는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며 “올해보다 2배 이상 넓은(1244㎢) 땅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작년에도 땅값 상승률은 1%도 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는 오금동 보금자리 개발예정지구 주변이 해제돼 제한적이나마 토지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금동 인근 새싹공인 최모 대표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과 방이역 인근은 개발압력이 높았던 곳이어서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매물이 늘어나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거래가 자유로워지면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이 내릴 수도 있다”며 “시세 차익을 거두기 힘든 만큼 토지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