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구관이 명관"…'구원투수' 래플리 前회장 다시 영입
2000년대 초반 위기에 빠진 프록터앤드갬블(P&G)을 회생시킨 ‘구원투수’ A G 래플리 전 회장(66·사진)이 돌아왔다. 미국의 다국적 생활용품업체 P&G는 그를 최고경영자(CEO) 및 회장으로 다시 영입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실적 부진으로 주주들로부터 퇴임 압력을 받아온 로버트 맥도널드 현 CEO는 경질됐다.

래플리는 더크 야거 전 CEO의 지휘 아래 주가가 반 토막 난 P&G를 2000년 넘겨받았다. 이후 ‘고객은 보스다’라는 구호 아래 P&G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팸퍼스 기저귀 등 강력한 새 브랜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개척했다. 고객 등 외부 아이디어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개방형 연구개발(C&D)을 도입한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2005년 570억달러를 들여 면도기 업체 질레트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도 여러 건 성사시켰다. 2009년 은퇴 후 P&G의 혁신 사례를 엮어 쓴 책 제목 ‘게임체인저’는 래플리 본인을 뜻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지명한 후임자 맥도널드가 2009년 경영을 맡은 이후 P&G는 경쟁사 유니레버에 밀리는 등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신흥국 중산층 시장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갑이 얇아진 미국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하면서다.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소극적이었다. 실적 부진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쌓였다. 급기야 지난해 여름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새 먹잇감으로 P&G를 골랐다. 그는 실적 개선이 없으면 맥도널드를 해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후 새 CEO 후보를 물색해온 P&G 이사회는 결국 ‘구관’을 택했다. 시장점유율 확대와 인력 구조조정을 동시에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래플리뿐이라는 판단에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