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들이철 살인진드기 비상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유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왼쪽 사진)’는 주로 숲과 초원 등의 야외에 서식하며 치사율은 6% 정도다. 오른쪽 사진은 제주에 거주하는 한 노인이 지역보건소에서 나눠준 예방수칙 팸플릿을 읽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나들이철 살인진드기 비상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유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왼쪽 사진)’는 주로 숲과 초원 등의 야외에 서식하며 치사율은 6% 정도다. 오른쪽 사진은 제주에 거주하는 한 노인이 지역보건소에서 나눠준 예방수칙 팸플릿을 읽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살인 진드기’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 강원 등에서 일명 ‘살인 진드기’로 인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의심환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24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SFTS 확진으로 판정된 사망자는 춘천 60대 여성과 제주 70대 남성 등 2명이다. 또 SFTS 의심 환자로 대구, 서울, 제주, 전북, 부산 등 전국적으로 10여건이 추가 신고돼 보건당국이 확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1일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공식 발표된 이후 유사 의심사례 신고가 전국적으로 쇄도하고 있다.

○뇌염보다 치사율 낮지만 사람끼리 감염

풀숲의 공포…치사율 6% '살인진드기' 전국서 스멀스멀
SFTS는 일명 ‘살인 진드기’로도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으로 잠복기는 6일에서 2주간이며, 치사율이 6%에 이르는 제4군 감염병(신종감염병증후군)이다. 주 증상은 전신이 나른해지고 구역질이 나는 경우가 많으며 38도 이상의 발열, 소화기 증상(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혈소판 및 백혈구 감소 등이 나타난다.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2년간 중국에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2047명 중 사망자는 129명이었다. 사망자 비율이 6% 수준이다. 94%에 달하는 감염자는 자연 치유가 됐다. 이는 치사율 20% 수준으로 알려진 일본 뇌염 바이러스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감염되는 것도 아니다.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 비율은 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감염자와 접촉한다고 해도 혈액에 노출되지 않는 한 감염 위험은 크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아직 타액이나 호흡기를 통한 감염에 대한 보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혈소판감소증후군이기 때문에 환자가 출혈할 수 있고, 이 때문에 환자 혈액에 노출될 수 있는 의료진 등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질병관리본부 측은 덧붙였다.

○사망자는 주로 60대 이상 노약자

낮은 치사율에도 SFTS가 공포의 대상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 진드기를 매개로 삼아 감염되는 병인 쓰쓰가무시는 한때 치사율이 30%에 달했으나 항생제가 나온 뒤에는 치사율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낮아졌다. 지난해 쓰쓰가무시에 감염된 국내 환자는 총 8000명이었지만 사망자는 6명에 불과했다.

치료제가 없다고 해서 치료가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SFTS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한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는 것과 치료법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혈소판 수혈이나 투석 등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중국 자료를 분석해보면 SFTS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며 “노약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살인진드기 감염 피하려면…

등산·캠핑 때 긴옷 필수 … 손으로 떼어내면 더 위험

국내에서 살인 진드기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라 확인됐음에도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살인 진드기 예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옮기는 살인 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는 봄에서 가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로 산과 들판의 풀숲에 살고 있다. 따라서 산이나 들판에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풀숲에 들어갈 때는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야외 활동을 하기 전 진드기 기피제를 뿌려 진드기를 쫓는 것도 효과적이다. 풀밭에서 옷을 벗고 눕거나 용변을 보지 말고, 풀밭에서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 후 햇볕에 말리는 것이 좋다. 귀가 후 즉시 샤워나 목욕을 하고 옷은 세탁해야 한다.

혹시라도 살인 진드기에게 물렸을 때는 절대 손으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 살인 진드기의 주둥이는 창날 또는 브러시 모양이라 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핀셋 등의 물건으로 살인 진드기의 머리 부분을 잡고 직각으로 잡아당기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본부는 24일 살인진드기 치료제와 관련해 “치료를 아예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에 따라 의료진의 내과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이런 치료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환자는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우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역학조사관은 “국립보건연구원과 진드기 채집 조사결과에서 SFTS 원인이 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고 0.5% 이하(100마리 중 1마리 미만)에서 SFTS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관은 이어 “바이러스 보유량이나 개인의 면역상태에 따라 감염확률은 더 낮아지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린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