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나고야 니혼가이시홀에서 2시간 가량 펼쳐진 ‘마이클 잭슨 이모털(immortal·불멸의) 월드 투어’ 공연 중 ‘휴먼 네이처’ 장면이다. 첨단 영상 기술과 와이파이(WiFi) 신호로 조정되는 LED 조명 연출, 곡예사들의 아크로바틱이 잭슨의 노래와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문화예술계 혁신의 대명사인 ‘태양의 서커스’가 ‘마이클 잭슨 재단’과 손잡고 201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처음 선보인 ‘이모털’은 융합 콘텐츠의 최정점을 보여준다. 잭슨이 남긴 음악과 영상, 춤들을 분해하고 해체한 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과 서커스 예술 등의 다양한 자원들과 창조적으로 결합시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쇼의 세계로 안내한다.
공연은 대형 실내 체육관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출연진은 코러스 2명 포함한 11인조 밴드, 무용수 18명, 곡예사 12명, 마임이스트 1명, 특별 아티스트 4명 등 49명이다. 이들은 새롭게 편곡되고 믹싱된 잭슨의 노래와 내레이션에 맞춰 첨단 영상과 IT 기술이 가미된 다채로운 ‘종합 예술 무대’를 펼쳐낸다. 연극식으로 표현하면 2막21장이다. 각 장마다 ‘휴먼 네이처’ 곡의 주제와 내용에 맞는 영상과 춤, 퍼포먼스가 어우러진다. 음악은 각 녹음에서 추출한 잭슨의 육성과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결합한다. ‘아일 비 데어’ 장면에서는 영상 속 소년 잭슨이 무대 위에서 밴드 리더 대럴 스미스가 연주하는 건반 솔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봉 춤과 외줄 퍼포먼스 등 아찔하고 숨막히는 아크로바틱 외에도 서커스적인 요소가 콘서트 형식에 녹아든다. 흰색 크리스탈 의상을 입고 나오는 마임이스트는 전통 서커스의 광대 역할을 하며 공연을 이끈다. 여러 장에서 주역으로 퍼포먼스를 주도할 뿐아니라 장면 전환 때 대단한 춤실력을 발휘하며 막간극을 펼치거나 침팬지(사람이 속에 들어간 모형)와 함께 익살도 부린다.
잭슨이 사망 직전까지 준비했던 ‘디스이즈잇’ 월드 투어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퍼포먼스도 ‘이모털’ 공연에서 구현된다. 우주 로봇 전사들의 군무가 압권인 ‘데이 돈 캐어 어바웃 어스’와 8명의 댄서들이 600여개의 LED가 달린 의상을 입고 야광 쇼를 보여주는 ‘빌리 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LED 의상 담당자인 네이크 먼델은 “빌리진 장면은 잭슨이 ‘디스이즈잇’ 공연에서 직접 LED 의상을 입고 연출하고 싶었던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2011년부터 세계 투어를 시작된 ‘이모털’은 오는 7월 10~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같은 달 17~21일 대구 엑스코에서 공연된다. 국가로 따지면 한국이 23번째다. 잭슨 팬들에게는 ‘살아 있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만은 못할 것이고, ‘태양의 서커스’ 팬들은 이전 내한 공연에서 ‘큰 천막’(빅 탑)을 치고 보여준 ‘서커스 예술’의 향연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잭슨 콘텐츠와 서커스 예술, 첨단 IT가 창조적으로 결합해 펼치는 새로운 경지의 공연예술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만하다. 국내 공연계와 문화콘텐츠 종사자들에게는 ‘융합 콘텐츠’에 대한 신선한 영감과 자극을 줄만한 무대다.
나고야(일본)=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