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외국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금융감독원은 시세 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CJ그룹의 주가조작 가능성까지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도 탈세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

2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재현 회장 일가가 외국에 개설된 차명계좌 비자금으로 국내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에 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자사주 매매 과정에서 주가조작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금감원은 "국외 비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시세차익을 거뒀다면 기업의 기술 개발이나 계약 등에 관한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놓았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자금 흐름과 유관 기업들의 공시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 회장 등이 국외 비자금으로 국내 주식을 샀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자는 한국인이지만 외국을 거친 자금이 국내에 투자되는 되는 ‘작전 세력’의 주가조작 케이스가 종종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추종매매 경향이 강해 외국인이 특정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주가가 쉽게 오른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와 별도로 불공정거래 위주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탈세 의혹 규명을 직접 겨냥했다. 지난 2009년부터 비자금 조성과 이 과정에서의 탈세 의혹을 내사해온 검찰이 수면 위로 사건을 끌어올려 본격적 수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CJ그룹이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등 해외 조세피난처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본사 및 계열사와 정상적 거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특히 CJ그룹 수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기업 사정인 데다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 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때문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핵심을 탈세 의혹에 두고 있다. 그간 대기업 특수수사에서 탈세보다는 뇌물 공여, 횡령·배임, 정·관계 로비 등이 중심이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장기간에 걸쳐 거액을 탈세해 막대한 재산을 불린 범죄는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