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성공단의 '눈물'
“개성공단에 처음 들어갔을 땐 그야말로 흙밖에 없는 구릉지였어요. 우리 123개 기업들은 허허벌판에서 피땀 흘려 공단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가볼 수도 없다니….”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대회’는 눈물바다였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에스제이테크 사장)이 개성공단 상황에 대해 설명하던 중 울음을 터뜨리자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울음소리가 뒤따랐다. 130억원어치 물품이 공단에 묶여 있다는 한 봉제업체 사장은 “완제품을 못 내니까 거래가 점점 끊긴다”며 “곧 망하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잠도 못 잔다”고 토로했다.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가 발표된 지 26일로 54일째를 맞았다. 아직까지 부도를 낸 기업은 없지만, 규모가 큰 몇 개 기업을 빼고는 대부분이 죽음을 앞둔 ‘뇌사 기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대책은 미온적이고 불성실하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통일부는 이달 초 입주 기업의 피해 실태를 파악하겠다며 조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입주기업 및 서비스업체 296곳 중 59곳만이 신고서를 냈다. 한 업체 사장은 “지난해 총 반출·반입액의 증빙 서류만 몇 박스가 되는 등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30가지가 넘는다”며 “상황이 오늘내일하는데 어떻게 서류작업에만 매달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다른 의류업체 사장은 “정부 지원자금 3000억원과 금융권 지원 7000억원 중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지원해주는 것은 630억원뿐”이라며 “정부 당국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설비가 녹슬어 가는데 기업인들은 공단에 들어갈 수도 없다. 정부는 입주기업들의 방북 신청을 ‘남북실무회담이 먼저’라며 허락하지 않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방북이 또 거절된다면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24일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이 죽어가는데 더 이상 정부 눈치 볼 게 뭐 있느냐”며 집단행동을 부추기기도 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남북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어거지 버릇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싸움을 하더라도 일단 기업부터 살릴 방도를 찾아달라”는 기업인들의 애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