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논란 확산] 애플 CEO가 '역외탈세 청문회'서 당당했던 이유
미국 정치권도 최근 애플의 역외 탈세 의혹을 집중 부각시켰지만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애플이 1000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에 쌓아두고 있는데는 정치권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역비난도 쏟아졌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를 출석시킨 미 상원 상임조사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미시간주),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주) 등 양당 간사들은 애플을 세금회피 기업으로 몰아붙였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애플을 비난할 게 아니라 미국의 낡은 세법을 고쳐야 한다”고 애플을 두둔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은 “애플이 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더라면 경영진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고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높은 세금(35%)을 내야 하는 미국에 송금하지 않고 아일랜드에 둔 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행위라는 지적이다. 폴 상원의원은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기업의 CEO를 청문회로 불러낸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의회가 애플에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세피난처 논란 확산] 애플 CEO가 '역외탈세 청문회'서 당당했던 이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대변인도 최근 “많은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의 이익을 송금하지 않고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35%) 때문”이라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법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세제가 다국적 기업의 이익송금을 막고 그 여파로 미국 내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 주장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기업의 해외 수익을 본국에 송금할 때까지 세금을 유예해주는 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후 수십년간 정치권에서 세제논의가 진행됐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과 동시에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수많은 세제혜택 조항을 갖고 있는 게 미국 법인세의 특징이다.

쿡 CEO는 청문회에서 “법인세율을 20%대로 낮추고 해외수익의 본국 송금세율도 35%에서 한 자릿수로 낮춰야 기업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며 세제개혁을 주장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