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26일 이재현 CJ 회장 등의 주가 시세조종 혐의 등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도 해외 펀드를 통한 CJ그룹의 ‘자사주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 회장 등이 외국에 개설한 차명계좌의 비자금을 동원해 국내 CJ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시세를 조종하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른 정식 조사는 아니지만 언론 등에 보도된 CJ그룹의 주가 조작 혐의를 일종의 내사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실무 관계자는 “국외 비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시세차익을 거뒀다면 기업의 기술개발, 계약 등에 관한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놓은 뒤 시세차익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사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 주식은 발행물량이 많아 시세 조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주가 조작보다는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CJ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외국인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공시 정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금감원이 외국인 투자 자금을 조사하는 것은 이 회장 등이 외국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국내 주식을 샀다면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하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 채권에 투자하려면 금감원에 외국인 투자등록을 거쳐야 하는데 투자자의 위장신분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외국법인을 통해 우회 거래를 하면 투자 자체가 한국인이라도 외국인 거래로 분류된다. CJ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2007년 초 18.97%에서 10월 말 23.91%로 높아졌다가 그해 말 22.24%로 다시 낮아졌다. 2007년은 CJ가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시작한 때다. 이달 24일 현재 CJ의 외국인 주식 비중은 20.68%다.

검찰은 CJ그룹 측의 ‘탈세’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불법 자금 흐름 등을 집중 추적 중이다. 이와 함께 외국계 투자를 가장해 비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반복 거래해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해외 자산운용사인 T사 등이 2004, 2007, 2008년에 CJ(주)와 CJ제일제당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가 단기간에 매도하는 과정에 국내외 비자금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T사의 CJ 지분율은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월 사이에 5.03%에서 6.14%로 늘었다. 또 2005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T사가 CJ 주식을 매매하는 동안 주가는 3만원대에서 7만원대까지 올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해외 비자금을 임직원 명의의 차명 계좌에 분산 입금한 뒤 T사 펀드를 통해 CJ와 CJ제일제당 주식에 투자한 후 매매차익을 실현해 비자금을 불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욱/정소람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