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차장 검사를 지낸 차동민 변호사 등 김앤장 변호사들은 지난 25일과 26일 휴일도 잊은 채 서울 내자동 김앤장 사무소에 나와 머리를 맞댔다. 특수수사에 관한 한 검찰 내에서 내로라하는 베테랑 출신들이지만 검찰의 CJ 비자금 수사에 대해선 “어느 부분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검찰이 특정 기업을 압수수색할 경우 회사 측과 검토를 하다 보면 검찰의 수사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것이다. “CJ 비자금 수사는 옛 대검 중수부에서 오래전부터 내사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겨누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답답하다”는 속내만 토로했다. 검찰의 화력이 막강한 만큼 이재현 CJ그룹 회장 측도 강력한 방패를 만들고 있다. 국내 로펌 1, 2위인 김앤장과 광장에서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했다. 법조계에선 ‘사상 최대의 혈전’을 예상하고 있다.

○전직 대검 중수부 vs 중앙지검 특수부

차동민 등 전직 특수通, CJ 변호팀에 속속 합류
CJ비자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첫 사건이다. 검찰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수사인 만큼 채동욱 검찰총장은 윤대진 특수2부장에게 진두지휘를 맡겼다. ‘독종’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원칙주의자인 윤 부장은 대검 중수2과장을 지냈다.

박연차 태광실업 명예회장을 조사했던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강력부장 출신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도 CJ비자금 수사 라인이다.

이에 맞서 CJ 측은 ‘강골 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윤 부장에게 특수 수사기법 등을 전수해 준 것으로 알려진 남기춘 변호사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남 변호사는 서울서부지검장 시절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을 지휘했다.

여기에 차동민 전 대검차장과 그룹 회장 단골 변호인인 이병석 변호사가 최근 합류했다. 검찰총장 후보까지 올랐던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 삼성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 팀장을 지낸 지익상 전 인천지검 차장의 합류도 예상된다.

법무법인 광장에서도 대검 중수부장과 대검 차장을 지낸 박용석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역임한 박철준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이들 창과 방패는 대부분 대검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차동민 등 전직 특수通, CJ 변호팀에 속속 합류

○국제조세 전문가도 합류

이번 수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CJ 해외법인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 검찰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해외비자금 조성과 역외 탈세도 수사대상이어서 국제조세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장에서는 국세청에서 30여년을 근무하며 차장을 지낸 정병춘 고문이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광장의 국제조세팀 30여명도 검찰의 해외비자금 조성 및 탈세 논리를 반박할 예정이다.

김앤장에서는 금융감독원 및 은행 출신 등 조세실무에 밝은 전문가들의 활약이 예상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