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경영진들의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납세 회피를 비판하는 증권사 리포트가 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글로벌 전략 연구원은 "기업의 최대 의무는 기부가 아니라 납세"라며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이 조세 회피 의혹을 받으면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 연구원이 지목한 기업은 애플 관계사인 AOI다. 미국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AOI는 지난 4년 간 300억달러를 벌었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에 대해 AOI가 90억달러의 세금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존 메케인 공화당 의원도 애플이 1997년 광고에 사용했던 문구인 "Think Different"를 인용해 "애플은 예전 슬로건처럼 세금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하는군요"라고 비꼬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미국의 법을 준수했고, 법의 정신까지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외에 있는 돈을 가져올 수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의 조세 체계에서는 가져올 수 없다"고 답했다.

곽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이익은 늘었지만 세금은 늘지 않았다"며 "기업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겉치레 가득한 기부가 아닌 성실한 납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의 의무를 함께 질 때 해당 기업은 사랑받을 권리가 생긴다"며 "권리는 의무 뒤에 따르는 부수입"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