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경매 줄여 '유통거품' 뺀다
농산물 도매시장이 3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경매 비중을 줄이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27일 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널뛰기하는 농산물 값을 잡기 위해 도매시장 가격결정 구조를 경매 위주에서 다양화하기로 했다. 정가·수의매매(가격이나 상대를 정해 거래하는 방법) 거래 비중을 8.9%(2012년)에서 20%(2016년)로 끌어올린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경매는 거래주체 간 가격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변동성을 높이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해 작황이 좋아도 당일 도매시장에 물량이 적게 들어오면 가격이 급등하는 게 경매 방식의 한계다.

이 때문에 가격을 정해 거래하는 정가매매, 거래 상대를 정하는 수의매매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들 거래 비중은 지난해 8.9%에 그쳤다. 정부는 정가·수의매매에 참여한 도매시장 법인이나 중도매인에게 올해 정책자금 700억원을 지원, 2016년까지 이 비중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정가매매가 원칙으로 자리잡은 1999년 이후 신선채소 값 변동폭이 줄어든 바 있다.

11월부터는 도매시장 법인이 정가·수의매매를 전제로 농산물을 직접 사거나 팔 수 있게 된다. 겸영 사업의 범위도 가공, 저장, 물류 전반으로 넓어진다. 이를 통해 도매시장 법인이 산지 유통인이나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하도록 유도한다. 중도매인들이 복수의 도매시장 법인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도매시장 간 경쟁을 붙이기 위해서다.

30여년간 유지된 도매시장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중도매인이 특정 도매시장 법인에 속했던 소속 제도가 폐지됐음에도 아직도 다양한 도매시장 법인과 거래를 트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이 영세 농업인이나 유통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 외에도 산지를 조직화하고 권역별 도매물류센터를 설립해 유통 효율화를 서두르기로 했다. 내년에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법(가칭)’을 제정해 직거래 활성화의 기반을 닦을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농산물 유통비용을 10~1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식탁물가에 부담을 줬던 배추 무 마늘 등의 가격 변동폭을 2017년까지 현재의 절반인 10%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다양한 유통경로 간 경쟁을 촉진해 지속 가능한 유통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