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7일 오전 6시42분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중소·중견기업 ‘신주’에 집중 투자하는 8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와 중소기업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하는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든다. 신주 투자 펀드가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다음달 초께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출자에 나선다. 운용사들이 다른 곳에서 출자받은 돈을 합해 이른바 매칭 펀드를 조성, 총 펀드 규모는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유망 중소기업에 투자해 성장 가능성을 보는 ‘그로스캐피털 펀드’에 4000억원,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M&A 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매칭 방식으로 조성하기 때문에 펀드 규모는 각각 8000억원, 2000억원이다.

두 펀드 모두 중소·중견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그로스캐피털 펀드의 투자 대상을 신주에 집중할 방침이다.

신주 전문 투자 펀드를 만드는 것은 중소·중견기업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이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구주)을 사들이면 기업에 직접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비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에 투자하면 기업에 현금이 들어가고 연구개발(R&D)이나 신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신주 외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신주 발행 효과를 볼 수 있는 주식연계증권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M&A 펀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업 결합 유도에 활용하기로 했다. 그로스캐피털 펀드가 초기를 지나 본격 성장 단계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한다면, M&A 펀드는 시장 성숙기를 맞아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국민연금이 PEF 및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출자에 나서기로 한 데 이어 양대 큰손으로 통하는 정책금융공사까지 돈을 풀면서 중기·벤처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