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3255억 돌려받아야 하는데"
현대그룹이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뒤 채권단에 납부했던 계약이행보증금 3255억원의 반환소송 판결이 늦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제기한 ‘이행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0여 차례의 심리만 열렸을 뿐 언제 법원 판결이 나올지 기약이 없다. 현대그룹 측은 해운업 불황으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등의 여유 자금 확보가 절실한 만큼 조속한 결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2010년 11월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2755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에 냈다. 그러나 채권단은 2010년 12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조달키로 한 자금의 성격을 문제 삼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양해각서(MOU)를 해지했지만 귀책사유가 현대그룹에 있다며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후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됐다.

현대그룹은 이에 따라 2011년 11월 이행보증금 2755억원과 손해배상금 500억원을 합한 3255억원을 되돌려달라며 채권단에 소송을 냈다.

현대그룹 측은 수천억원의 돈이 장기간 소송에 묶이면서 자금운용에 제약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이자비용만 따져도 엄청난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채권단이 애초 MOU 체결 때는 문제 삼지 않았던 자금 출처 문제를 사후적으로 걸고 넘어지면서 현대건설 인수가 무산된 만큼 이행보증금을 돌려주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측은 또 “복수의 채권단 관계자들이 2011년 4월 현대건설 매각이 완료된 이후 일부 언론을 통해 현대그룹이 이행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경우 법적 절차를 밟아 돌려줄 의향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앞서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회복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 및 본안 소송을 2011년 초 법원에서 기각했다”며 “지금은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