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분을 겪고 있다. 미국의 ‘오일 붐’ 탓이다.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은 미국산 ‘셰일 오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서 뽑아낸 석유·천연가스)의 생산 확대로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며 감산을 통해 가격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아리비아 등 중동 산유국은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

셰일오일과 비슷한 저유황 원유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산유국이 미국 오일 붐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나이지리아 알제리 앙골라 등의 대미 원유 수출은 2012년 전년 대비 평균 41% 감소했다. 앨리슨 마두케 나이지리아 석유부 장관은 “셰일오일이 아프리카 산유국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대미 수출에서 밀려나면 원유 판매 수입의 25%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제리 정부 역시 원유 수출 금액이 지난해 9% 줄어들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도 감산으로 유가를 떠받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전문업체 에너지에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오일애널리스트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북해산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가격은 배럴당 102달러 선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 산유국들은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대미 원유 수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재정도 튼튼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