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주연을 맡은 김수현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바보 연기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주연을 맡은 김수현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바보 연기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는 바보다.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남에게 맞아도 ‘싱글벙글’이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대로변에서 대변도 거리낌 없이 본다. 그러나 이는 살인병기 남파 공작원이 이웃 주민들을 속이기 위한 위장술이다. 볼품없는 트레이닝복 차림 속에는 초콜릿 복근의 단단한 몸이 감춰져 있고 적을 만나면 전광석화처럼 때려뉜다.

톱스타 김수현(25)이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에서 북한 엘리트요원 원류환 역을 해냈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그가 처음으로 단독 주연한 영화다.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해품달’에서 조선시대 왕, 영화 ‘도둑들’에서 막내도둑 역을 거쳐 이번에 동네 바보이자 북한 엘리트요원 역에 도전했습니다. 제가 처음 주연한 영화이면서 처음으로 액션연기도 했습니다. 제게는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에서 그는 바보 연기를 잘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한다.

“사람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바보 연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극중의 마을 사람뿐 아니라 극장 관객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바보 말이죠.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 선배의 바보 연기를 참고했지만 저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도전하는 입장에서 자기 최면을 걸고 바보 연기를 해보니까 제 자신이 재미있더라고요.”

영화 속에는 바보뿐 아니라 고교생(이현우), 노랑머리의 로커 지망생(박기웅) 등으로 변장한 북한 공작원들이 액션연기를 펼친다. 그들은 액션스쿨에서 스파이가 간결한 동작으로 단숨에 적을 제압하는 무술을 익힌 뒤 카메라 앞에 섰다. 영화 ‘아저씨’의 액션과 비슷하다. 액션 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김수현의 초콜릿 복근과 쭉 빠진 보디라인이다.

“원작에도 몸을 노출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부피감 있는 근육이 아니라 단단해보이는 몸을 만들고 싶었어요. 근육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몸 말이죠. 그래서 건강에 도움되기보다 눈에 보이는 근육을 만드는 운동을 많이 했어요.”

몸의 라인을 각지게 만들기 위해 미는 운동을 하며 등 근육을 키웠다. 끌어당기는 운동으로 가슴 근육도 키웠다. 초콜릿 복근은 윗몸 일으키기와 철봉에 매달려 다리 들기 등으로 만들었다.

“촬영 중에는 엄격한 식이요법을 병행했어요. 채소와 단백질로만 식단을 관리했어요. 염분을 줄이기 위해 소금도 거의 먹지 않았고요. 김치찌개처럼 국물 있는 음식을 못 먹으니까 억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는 ‘해를 품은 달’ 이후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 지난 1년간 무려 17편의 광고에 출연했다. 올초 중앙대 연극과 2학년에 복학한 이후에는 야외 수업이 그 때문에 취소됐다. 타과 학생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어댔으니까.

“그렇지만 학교는 제게 휴식처예요. 강의실 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용감해지거든요. 친구들과 어울리며 내 편을 만들 수 있으니까 마음도 놓여요. 요즘 말로 ‘힐링’하는 곳이에요. 지금 아니면 시험공부를 언제 해보나 싶어 열심히 등교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시험공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하.”

그는 관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포스터만 봐도 “김수현이 나오면 재미있겠네”라는 말이 나도는 배우가 꿈이다. 그 꿈을 향해 새로운 배역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