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8일 오후 2시8분

시몬느 컨소시엄이 미국 워싱턴의 랜드마크 빌딩을 인수한다.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 글로벌 ‘큰손’들과 경합을 벌여 최종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켓인사이트] 시몬느, 워싱턴 하버빌딩 4000억 인수…글로벌 '큰 손' 12곳과 경합

○시몬느, 두 번째 해외 빌딩 투자

2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시몬느 인베스트먼트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PGI와 공동으로 미국 부동산 개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4000억원 규모의 워싱턴 하버빌딩을 인수하기로 했다. 입찰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ADIA를 비롯해 바레인 국부펀드,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하인즈 컨소시엄 등 12곳이 참여했다.

시몬느가 해외 오피스 빌딩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말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웨더포드의 미국 본사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시몬느 인베스트먼트는 (주)시몬느의 100% 자회사로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 자문과 사모펀드 운용 및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주)시몬느는 마이클코어스, 코치,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업체의 제품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1만80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미국 명품 핸드백 시장 점유율이 약 30%에 달한다.

워싱턴 하버 빌딩은 연면적 5만1836㎡(1만5680평) 규모로 백악관에서 서쪽으로 약 2㎞ 떨어져 있다. 포토맥 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A급 랜드마크 빌딩이다. 이 빌딩의 주요 임차인은 미국 대형 로펌들로 전체 면적의 96%가 임대돼 있다. 전체 임차인 중 70%가량은 20년 이상 입주하고 있는 장기 계약자로 알려졌다.

○해외 부동산 투자 ‘러시’

시몬느 외에 올 들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랜드마크 빌딩 인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만 해도 올 3월 말 기준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8조8404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54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말 매입하기로 한 미국 휴스턴 BG그룹 본사 건물(약 5000억원)을 포함하면 올 들어 1조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을 해외 부동산 시장에 투입하는 셈이다.

삼성생명 자회사로 부동산 투자 전문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도 눈에 띄는 투자자다. 지난달 1200억원 규모의 런던 오피스 빌딩을 사들인 데 이어 호주 우체국 건물 매입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도 해외 오피스 빌딩 매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랜드마크 빌딩 공략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내 부동산과의 수익률 차이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대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해도 연 수익률이 4%대에 불과한 데 비해 미국 내 장기 임차인을 확보한 랜드마크 빌딩은 7%를 웃도는 수익률이 가능하다”며 “자금 운용처를 발굴해야 하는 기관들로선 미국 등 선진국 해외 부동산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일본의 부동산 실패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 등 해외 부동산을 대거 매입했다가 자산 가격 폭락을 경험했다.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주로 기업들이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해외 부동산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면 국내 대형 기관들은 자기 자본으로 핵심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