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상에서만 거래되는 온라인 가상화폐가 돈세탁과 마약 거래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미국 사법당국은 28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리버티리저브’의 전·현직 직원 7명을 기소했다. 2006년 이후 리버티리저브를 통해 이뤄진 5500만건의 자금 거래를 통해 모두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세탁한 혐의다. 한국에 있는 리버티리저브 독자 사이트를 통한 거래도 활발한 상황이다.

◆45개국 100만명이 거래

리버티리저브는 1포인트가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실물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나 감독당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용자들은 그렇게 약속했다. 이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전혀 가치가 없지만 미국에서 20만명, 세계에서 100만명은 이 같은 규칙을 근거로 리버티리저브를 거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중국 모로코 스페인까지 세계 4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는 돈을 리버티리저브로 바꿔 상대방의 계정으로 보내면 상대방은 리버티리저브를 다시 실제 통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국에 있는 리버티리저브 거래 사이트들은 환전과 송금 과정에서 거래대금의 1%정도를 수수료로 뗀다.

가상화폐의 장점은 거래의 비밀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계정을 만들 때 이름과 주소, 출생일 등을 입력해야 하지만 허위로 입력해도 확인할 길이 없다. 실제로 리버티리저브에는 ‘러시아 해커’ 등의 이름으로 등록된 계좌도 존재한다. 때문에 세금 부과 우려가 없는 것은 물론 신변 노출에 대한 부담 없이 검은돈이나 범죄 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범죄 이용 우려

리버티리저브는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거래되는 가상화폐다. 4곳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리버티리저브를 달러나 원화와 교환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의 에스크로(물품 대금을 맡아뒀다가 소유권 이전이 확인되면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까지 이용해 거래하고 있다.

한국 사용자들은 주로 인터넷으로 해외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하기 위해 리버티리저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버티리저브 환전 비용으로 구매 대금의 1~2%만 부담하면 돼 6%에 이르는 환전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일반 해외 구매대행서비스보다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해커에게 의뢰해 국내 사이트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하면서 대금을 리버티리저브로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28일 현재 미국 검찰의 조사로 코스타리카에 있는 리버티리저브 공급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한국사이트들도 이용이 중단됐다.

■ 가상화폐

실물 없이 온라인상으로만 거래되는 돈이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고 유통된다. 실제 화폐와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유통되고 있다.

노경목/박병종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