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인의 두 얼굴
25년 이상을 유럽과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다 보니 각 나라의 특징과 고유의 국민성을 간파하는 편이라 자부한다. 흔히 알려진 한국의 특징이라면, 짧은 기간 일궈낸 눈부신 경제 성장, 몸에 밴 근면 성실함, 뜨거운 교육열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필자는 이런 뻔한 얘기 대신 한국인의 두 얼굴에 관해 말해보고자 한다.

한국인들의 첫인상은 언제나 진지하고 말을 아끼며 매사에 부지런한 사람들이란 것이다.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인 동료들은 예의 바르고 침착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그저 업무에만 열중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오래지 않아 한국인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했으니 바로 회식자리에서다. 조용한 줄만 알았던 사람들이 업무에서 풀려나자마자 특유의 유머감각과 쇼맨십을 발휘하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소 건조하다고 생각했던 한국인들이 일순간 장난기 넘치는 유쾌한 캐릭터로 변할 때의 그 놀라움이란!

삼겹살과 함께 맥주와 소주가 적절히 배합된 폭탄주가 돌고 나면 한국인들의 입담은 더욱 화려해지고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분위기가 더 무르익어 2차로 자리를 옮겼다면 이제 그들의 손에 마이크를 쥐여주고 한발 뒤로 물러나 무대를 감상하자. 평소 점잖기만 하던 사람들이 춤까지 춰가며 완벽하게 노래를 소화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환호하고 즐거워하며 흥의 문화에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낮에 일터에서 보여주던 심각한 표정의 진지한 동료들은 온데간데없고 온몸으로 삶을 즐기는 열정적인 친구들이 있을 뿐이다.

이제 전 세계가 한국인의 뛰어난 유머감각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문화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싸이의 해외 인터뷰를 보면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과 언제나 빛을 잃지 않는 유머가 돋보인다. 이뿐 아니다.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 또한 특유의 발랄함으로 세계골프대회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있다. 한국선수들의 우승 후 맥주 세례는 처음엔 외국인들에게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른 LPGA 선수들까지도 동참하면서 골프대회에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한국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한국인의 가장 훌륭한 국민성 중 하나는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놀 땐 화끈하게 놀 줄 아는 그 완벽한 조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식 유머감각과 흥의 문화가 더 널리 전파된다면 세상은 좀 더 신나고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다니엘 코스텔로 < AIA생명 대표 KR.CorpComm@ai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