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부부강간죄와 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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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도 大法 전원합의체로
小部 사건처리 오류 적지 않아
1~2명이 사회통념 뒤집어서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小部 사건처리 오류 적지 않아
1~2명이 사회통념 뒤집어서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대법원이 노사관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통상임금 관련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당한 일이다.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는, 지난 수십 년간 고수해온 입장을 뒤집어 혼란을 자초했으니 대법원 스스로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결자해지 차원이다.
대법원은 임금 산정기간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그대로다. 그러던 대법원이 1996년 인천광역시 중구의료보험조합 사건 판결에서 체력단련비 월동보조비부터 통상임금으로 간주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더니, 지난해 대구 시외버스업체인 금아리무진 사건 판결에선 급기야 정기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것이다. 통념을 깬 판결에 산업계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법원 판결의 문제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중요한 판결들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小部)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재판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 재판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예외일 뿐이다. 특히 과거 대법원이 판시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을 하도록 돼 있다.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을 소부가 의견 전원일치로 재판을 해버린 것은 월권이라는 얘기다.
법원조직법의 현실은 원칙과 예외가 심하게 뒤바뀌어 있다. 200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건수는 고작 17건이다. 2010년에는 14건, 2011년에도 17건만이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졌을 뿐이다. 대법원이 처리한 사건이 2009년 3만2361건, 2010년 3만6418건, 2011년 3만7267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원합의체를 거친 사건은 2000건에 1건이 채 되질 않는다는 얘기다. 나머지는 모두 소부에서 처리됐다.
그러면 소부는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하게 처리하고 있을까. 대법원은 3개 소부를 두고 있고, 소부는 통상 한 달에 두 차례 합의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소부가 1회 합의 때 처리하는 사건은 무려 520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네 명의 대법관이 돌아가면서 주심을 맡는다고 보면 주심 한 사람이 1회 합의 때 처리하는 사건은 130건이다. 보름에 130건을 들여다봐야 하니 단순계산으로 하루에 10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자신이 주심을 맡는 사건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인데, 다른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소부 사건을 속속들이 알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대법관들은 사건 기록보다는 연구관의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노동법 전속연구관의 숫자는 1~2명에 불과하다. 주심 대법관 단독 재판이, 심하게는 연구관 재판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상임금 사건이나 사내하도급 사건의 경우 통일된 기준이 정립돼야 하는데도 주심 대법관 1인 또는 연구관 1인의 지식이나 견해에 따라 편차가 큰 판결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은 또 다른 문제를 키운다. 노동문제와 관련한 판결에 대법관과 연구관의 이념적 편향성이 개입될 소지가 남는다는 점이다. 하기야 대법관이나 연구관이 친노동 성향이건, 친기업 성향이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14명의 서로 다른 성향의 대법관들이 전원합의체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중립된 결론을 도출해낸다면 말이다. 그러나 원칙과는 달리, 심하면 단 한 명의 법관이 사회 통념을 뒤집는 판결을 자신의 이념에 맞춰 쏟아낸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부부강간죄 사건 판결에 14명의 대법관들이 머리를 맞댔던 대법원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적어도 38조원의 파장이 예상된다는 판결을 소부에 맡긴 대법원의 자세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노사의 임금 자기결정권을 깬 사회적인 파장이 매우 큰 사건이다. 대법관 전원의 지혜를 모아 명쾌한 답을 내놓길 바란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대법원은 임금 산정기간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그대로다. 그러던 대법원이 1996년 인천광역시 중구의료보험조합 사건 판결에서 체력단련비 월동보조비부터 통상임금으로 간주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더니, 지난해 대구 시외버스업체인 금아리무진 사건 판결에선 급기야 정기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것이다. 통념을 깬 판결에 산업계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법원 판결의 문제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중요한 판결들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小部)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재판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 재판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예외일 뿐이다. 특히 과거 대법원이 판시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을 하도록 돼 있다.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을 소부가 의견 전원일치로 재판을 해버린 것은 월권이라는 얘기다.
법원조직법의 현실은 원칙과 예외가 심하게 뒤바뀌어 있다. 200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건수는 고작 17건이다. 2010년에는 14건, 2011년에도 17건만이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졌을 뿐이다. 대법원이 처리한 사건이 2009년 3만2361건, 2010년 3만6418건, 2011년 3만7267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원합의체를 거친 사건은 2000건에 1건이 채 되질 않는다는 얘기다. 나머지는 모두 소부에서 처리됐다.
그러면 소부는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하게 처리하고 있을까. 대법원은 3개 소부를 두고 있고, 소부는 통상 한 달에 두 차례 합의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소부가 1회 합의 때 처리하는 사건은 무려 520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네 명의 대법관이 돌아가면서 주심을 맡는다고 보면 주심 한 사람이 1회 합의 때 처리하는 사건은 130건이다. 보름에 130건을 들여다봐야 하니 단순계산으로 하루에 10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자신이 주심을 맡는 사건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인데, 다른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소부 사건을 속속들이 알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대법관들은 사건 기록보다는 연구관의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노동법 전속연구관의 숫자는 1~2명에 불과하다. 주심 대법관 단독 재판이, 심하게는 연구관 재판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상임금 사건이나 사내하도급 사건의 경우 통일된 기준이 정립돼야 하는데도 주심 대법관 1인 또는 연구관 1인의 지식이나 견해에 따라 편차가 큰 판결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은 또 다른 문제를 키운다. 노동문제와 관련한 판결에 대법관과 연구관의 이념적 편향성이 개입될 소지가 남는다는 점이다. 하기야 대법관이나 연구관이 친노동 성향이건, 친기업 성향이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14명의 서로 다른 성향의 대법관들이 전원합의체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중립된 결론을 도출해낸다면 말이다. 그러나 원칙과는 달리, 심하면 단 한 명의 법관이 사회 통념을 뒤집는 판결을 자신의 이념에 맞춰 쏟아낸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부부강간죄 사건 판결에 14명의 대법관들이 머리를 맞댔던 대법원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적어도 38조원의 파장이 예상된다는 판결을 소부에 맡긴 대법원의 자세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노사의 임금 자기결정권을 깬 사회적인 파장이 매우 큰 사건이다. 대법관 전원의 지혜를 모아 명쾌한 답을 내놓길 바란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