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식음료 전문기업인 비락이 올해로 창립 50주년(3월23일)을 맞았다. 치열한 국내 음료시장에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비락은 이를 극복하고 창립 반세기를 맞아 제2의 도약에 나섰다.

비락의 도약에는 2009년 취임한 최성기 사장(사진)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집중보다는 제품을 다양화시켜 안정성장의 틀을 견고하게 다지겠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최 사장은 29일 “독창적이고 좋은 제품을 선보여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기술력과 노하우를 잘 살려 만든 컵밥을 이날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로 본격 진출하는 원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으면서 건강을 생각해 저칼로리로 개발한 컵밥은 국내산 쌀에다 처리 과정에서도 열풍 건조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이 같은 전략을 펼 수 있기까지 비락은 어려움이 많았다. 이 회사는 1993년 전통음료인 식혜와 수정과를 출시하면서 음료시장에서 하루 150만개 판매액을 올리는 등 히트를 칠 정도로 회사가 잘나갔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유사제품 60여가지를 출시해 덤핑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성장이 위축됐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신제품이 없었고,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가 긴 정체기를 겪었다. 이로 인해 매출은 1300억원까지 떨어졌다.

위기상황에서 대표로 취임한 최 사장은 신제품 개발보다 유통채널과 사업을 다변화하며 활로를 찾았다. 최 사장은 “비전없이 기죽어 있던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교육을 통해 열정을 불어넣고 사업 분야 확대에 나섰다.

유통망도 재정비했다. 최 사장은 “방문판매 위주였던 유제품에 대한 유통 채널을 확대하면서 지역 중심에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으로 넓혔다”며 “비락쇼핑몰을 만들고 쇼셜커머스망도 활용해 국내외 판매를 추진하는 등 판매망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홈쇼핑을 준비하고 있다. 신설한 무역전담조직은 커피원두와 석재, 섬유 등의 수출입도 담당한다. 중소기업이 난립한 녹즙사업에 뛰어들어 매년 50~70% 성장하고 있다.

비락은 최 사장 취임 당시 13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700억원을 넘어섰다. 최 사장은 “올해는 2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의 이 같은 자신감 뒤에는 비락이 야심차게 내놓은 냉장건강음료 성공이 자리잡고 있다. 비락은 2010년 칡즙과 블루베리, 산수유, 복분자, 야채사랑365 등 건강음료 5종과 밥알 없는 전통식혜를 출시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에 캔이나 페트병에 담긴 음료는 유통기한이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가능한 상온음료인 반면 ‘테트라탑’을 사용하는 냉장음료는 45일 안팎이 한계다. 그만큼 신선함을 강조한 음료다. 테트라탑 제품이 나올 때 너무 서둘렀다는 주위의 지적도 많았다. 최 사장은 “다행히 성공을 거둬 이젠 다른 업체들도 따라하고 있다”며 “음료시장에 다양한 고급 제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눈도 신선함과 프리미엄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기호에 맞는 새로운 냉장음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비락은 레토르트라는 이름마저 낮설었던 1985년 ‘본토박이 짜장’ ‘우등생 단팥죽’ 등 즉석식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에 시장만 헌납한 결과를 초래했다. 최 사장은 “즉석식품을 너무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남 좋은 일만 시켰고, 후속 제품 대응이 늦었다”고 분석했다.

비락은 즉석식품 분야에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최 사장은 “식혜나 수정과처럼 전통음식의 콘셉트를 살린 즉석 전통식품도 출시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공장도 가동해 ‘제2의 비락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