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불공정 행위 등으로 씨유(CU) 편의점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잇따르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박재구 대표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박 대표는 30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점주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인근의 CU편의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보름 만이다.

올해 자살한 편의점주 4명중 CU편의점주가 3명이나 된다. 점주 자살 직후 사망진단서를 변조해 언론에 배포한 의혹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박 대표는 "2주 전 가맹점주가 유명을 달리한 것에 대해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께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잇단 가맹점주 자살 사태로 인한 어떠한 사회적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유가족분들의 입장을 고려해 모든 것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가맹사업시스템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한 후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제도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맹점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 '자율분쟁센터 운영'과 '상생펀드 운용' 등 실효성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BGF리테일의 이날 대국민 사과의 발단은 지난 3월 CU편의점주 윤 모씨(43)가 광안대교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 때문이다. 윤 씨는 치열한 경쟁으로 빚만 늘어나자 가맹본부에 폐업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하면서 이른바 '갑(甲)의 횡포'에 시달려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16일엔 경남 거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임 모씨(32세)도 자신의 편의점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달 들어서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편의점주가 본사 측에 폐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면서 수면유도제 40알을 삼켜 자살을 기도, 다음날 심근경색과 항히스타민제(수면유도제 성분)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에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전편협)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U 대리점주 자살사건과 관련해 홍석조 회장과 경영진들이 직접 유가족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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