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자본비율과 유동성비율을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국제협약인 바젤Ⅲ가 6개월 뒤부터 국내은행에 적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오는 12월1일부터 국내은행에 바젤Ⅲ 자본규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올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것이 11개월 미뤄졌다. 올해는 자본 규제만 도입하고, 고유동성 자산 비중 등을 정하는 유동성 규제는 2015년 이후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바젤Ⅲ 규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각국 금융감독 기관들이 모여 금융회사의 자본비율과 유동성비율을 종전보다 훨씬 강하게 규제하기로 2010년 결정한 것이다. 원래 이 계획은 올해부터 은행의 보통주 최소자본비율을 3.5%, 기본자본(Tier1) 비율을 4.5%, 총자본비율을 8%로 정하고,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이 비율을 각각 4.5%, 6%, 10.5% 등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를 못 맞추는 은행은 영업능력에 문제가 있으니 개선하라는 ‘적기시정조치’를 내리자는 구상이었는데, 작년 말 유럽과 미국계 은행들이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시행을 미루는 바람에 우리나라도 시행시기를 다소 늦추게 됐다.

<<4월말 기준 바젤위원회 27개 회원국중 23개 회원국이 시행시기를 확정했으며, 유럽연합(EU)를 제외한 여타 회원국들은 2013년중 바젤Ⅲ를 시행한다. EU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나 미국은 아직까지 도입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바젤Ⅲ가 시행되도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은 대부분 보통주로 구성돼 있어 자본의 질이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 Tier1 비율은 10.99%로 국제 기준을 크게 웃돈다. 또 바젤Ⅲ는 자본의 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지금보다 0.2~0.3%포인트 정도 높게 집계될 전망이다.

바젤Ⅲ 적용시 ‘자격미달’ 판정을 받을 곳은 수협은행 한 곳 정도다. 금융감독 당국은 과거 공적자금이 투입된 뒤 아직 재무구조 개선이 되지 않은 수협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3년간 바젤Ⅲ 적용을 유예할 예정이다. 금융지주사 중 은행을 갖고 있지 않은 메리츠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는 바젤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