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혈액만으로 태아 성별 확인
임신부의 혈액만으로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신의료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번 성과는 근이영양증(근육무기력증), 혈우병(피가 그치지 않는 질환), 망막색소변성증 등 ‘X염색체 유전질환 인자’를 가진 여성이 임신했을 때 미리 태아의 성을 감별, 유전병의 대물림을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현미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팀은 기존의 융모막 생검이나 양수검사처럼 임신 중기 이후에 칼 또는 주사기로 생체 조직을 찌르고 베는 침습적 검사로만 가능했던 태아 성별 확인 검사를 임신 초기(12주 이전) 혈액검사로 정확하게 감별하는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류 교수팀에 따르면 근이영양증과 같은 X염색체 유전질환의 인자를 가진 임신부의 경우 여자 태아에게는 질환이 유전될 위험이 거의 없지만 남자 태아에게는 위험이 50%에 이른다. 따라서 “임신 초기 태아의 성별을 확인해 출산 전에 인공유산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류 교수팀은 설명했다.

류 교수팀은 모체 혈액 내 비(非)메틸화된 형태로 존재하는 태아 DNA를 확인하고, 모체 혈액 내 존재하는 전체 DNA 중 남아 태아에게서 유래한 DNA비율 값을 구해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이 방법을 적용, 임신 초기 20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시험 평가한 결과 100%의 정확도를 보였다.

혈액을 이용한 태아성감별법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상업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은 모체 혈액 내 소량 존재하는 태아 DNA를 선별해 내기가 어려워 정확도가 95% 수준에 그치는 것이 문제였다. 류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태아 성별 확인이 요구되는 다양한 유전질환의 산전 검사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내 특허 등록이 완료됐다. 제일병원 측은 의료수가 적용 등의 단계를 거쳐 이르면 내년께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