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 이브때의 ‘꽃제비’들 > 라오스에서 추방돼 지난 28일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중국에 머물던 지난해 12월24일 공동체 숙소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MBC 제공
< 성탄절 이브때의 ‘꽃제비’들 > 라오스에서 추방돼 지난 28일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중국에 머물던 지난해 12월24일 공동체 숙소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MBC 제공
라오스에서 추방돼 북한 당국의 감시 아래 북송된 탈북 고아 9명 가운데 한 명이 북송 일본인의 자녀라는 주장이 30일 제기됐다.

탈북자 강제 북송 파장 확산, 납북 일본인 아들 포함說…北,日과 마찰우려 속도전?
작년 초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A씨는 “북송된 탈북자에 포함된 문철 씨의 어머니가 일본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씨의 어머니가 1977년 납북된 일본인 여성 마쓰모토 교코(65·사진)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작년 초 국내에 입국한 A씨에 따르면 청진에서 살던 문씨는 어렸을 때 집을 나와 양강도에 있는 A씨의 집에서 같이 살았고, 이후 두 사람은 2009년 여름 북한을 탈출해 중국 동북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국정원 직원과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문철의 어머니가 일본인인지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문씨가 1977년 일본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마쓰모토의 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송된 탈북자 가운데 납북 일본인 아들이 포함됐다면 북한과 일본의 해묵은 외교적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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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와 달리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탈북 고아들을 데려간 점으로 미뤄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부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아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라오스에서 탈북 고아들을 돌봐온 주모씨의 동료인 정모씨 역시 “주씨가 고아들을 돌봐온 지난 1년간 북송 일본인 자녀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전날 일본 정부로부터 탈북 청소년에 납북 일본인의 자녀가 있는지에 대해 문의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라오스는 외교장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에게 “라오스 법률에 따르면 모든 불법 입국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소속 국가와 협의해 그 국가로 송환하게 돼 있다”며 “불법 입출국 용이국, 인신매매 경유국 등과 같은 국제적인 오명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고위급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탈북자 문제에서 라오스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우리 정부의 어설픈 외교력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탈북자들이 라오스 이민국에 억류된 동안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뒤늦게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관련 국제기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진상 파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