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계두 외 지음 / 김영사 / 372쪽 / 1만8000원
스페인 집광형 태양열발전, 해바라기꽃 본떠 만들어
건축물부터 로봇공학까지 자연메커니즘 모방하는 청색경제 시대 올 것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유럽 최초의 10㎿급 집광형 태양열발전소 PS10. 해바라기꽃의 배열에서 착안해 발전소 면적은 줄이고 효율은 극대화했다. /김영사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1305/AA.7503523.1.jpg)
이 발전소의 특징은 반사거울의 배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독일 아헨공대의 공동연구진이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꽃의 신비한 수학적 배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배치 방법을 찾아낸 것. 이웃하는 꽃들과 이른바 황금각으로 불리는 137.5도의 각도를 유지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해바라기 통꽃 안 작은 꽃들의 패턴대로 반사거울을 배치하자 발전소 면적은 20% 줄고 에너지 발전량은 훨씬 늘어났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305/AA.7503893.1.jpg)
책은 청색사상, 청색기술, 청색경제의 3부로 구성돼 있다. 자연 중심 기술이 등장하게 된 철학적, 경제적 배경을 살핀 후 건축, 신물질 개발, 항공기술, 도시설계 등 청색기술이 응용되는 다양한 사례와 미래를 전망한다. 이어 청색경제에서는 기존 과학의 틀에 갇힌 녹색경제의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청색기술이 실용화돼 창조적인 청색경제 시스템으로 이어지기까지 필요한 조건을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책을 살펴보면 자연을 모방한 역사는 생각보다 길고 응용폭도 넓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의 날개와 꼬리 모양을 본뜬 비행기 설계도를 100여개나 남겼다. 프랑스 출신 영국 기술자 마크 브루넬은 배좀벌레조개가 구멍을 뚫어놓은 나무조각에서 굴을 효과적으로 뚫는 기술을 고안해 굴착기를 발명했고, 이 덕분에 1843년 영국 런던의 템스터널이 개통됐다. 1948년 스위스 전기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도꼬마리 씨앗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동물의 몸에 달라붙는 것을 모방해서 발명한 벨크로(일명 찍찍이)는 생물 모방의 상징이다.
물을 털어내는 연잎과 토란잎의 자기정화 기능에 착안한 방수 화장품과 코팅 재료, 나방의 눈 구조를 모방한 무반사 재료, 상어와 샌드피시 도마뱀의 미세돌기 구조를 본뜬 저마찰 재료 등 신물질 개발도 활발하다. 벌새의 비행 방법을 모방한 벌새 로봇을 비롯해 생물모방 비행기술 개발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생물의 형태를 모방한 유기적 건축물들의 사례, ‘그린루프(green roof)’나 ‘에코 디스트릭트(eco-district)’처럼 건물이나 도시 일부에 자연의 원리를 적용하는 사례 등도 흥미롭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어떻게 한발 앞서 개발하고 선점하느냐다. 송경모 뿌브아르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은 국가 및 민간 연구개발(R&D)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며 “청색기술은 한국이 산업화 과정의 추격자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도자로 도약하는 데 가장 유리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