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서 의미있는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 급락에도 큰 충격 없이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연초 이후 벌어진 글로벌 주요 증시와의 수익률 격차를 좁히는 분위기다. 한편에선 음식료 통신 등 내수주 강세가 주춤하고 자동차 전기전자(IT) 등 경기민감 대형주들이 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귀환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글로벌증시와 수익률 격차 좁혀
30일 코스피지수는 1.10포인트(0.05%) 떨어진 2000.10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737.43포인트(5.15%) 급락했다는 소식에 장 막판 한때 2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기관이 순매도 강도를 줄이며 하락폭을 줄였다.
한국 증시는 최근 선진국 증시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가지수 기준 한국지수의 최근 1주일(29일 기준) 등락률은 0.4%로 일본(-7.8%) 홍콩(-3.6%) 미국(-0.5%) 영국(-3.2%) 중국(-2%)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두드러졌던 주요 선진국 증시와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완화되는 조짐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국인도 최근 이틀 동안 8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한국 증시에 다시 기웃거리고 있다. 김승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증시보다 못 올랐고 작년 2분기 기저효과로 올 2분기 기업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에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불안에도 버틸 것”
최근 일본 증시가 급락하면서 일각에서 금융쇼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진 미국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대형 수출주의 상승세, 외국인 순매수, 낮아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주식시장이 추가 급락하고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치면 세계 경기 회복이 늦어져 한국 산업계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의 하락 국면에서도 한국 증시는 비교적 선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역시 미국 양적완화 축소라는 악재에 노출돼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너무 못 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기민감 대형주에 외국인 매수
최근 기관과 외국인들의 매수는 대형 경기민감주에 집중되고 있다. 5월 초(1~8일)만 해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오리온아모레퍼시픽이마트 등 내수주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1주일(23~30일) 동안엔 삼성전자기아차SK하이닉스현대차KB금융우리금융 등이 외국인과 기관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상위 종목 목록을 장악했다. 중소형주와 대형주의 수익률 격차도 줄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올초 이후 4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 소형주지수와 대형주지수의 수익률 차이는 20.39%포인트에 달했지만 5월 들어선 2.24%포인트로 좁혀졌다.